"중이 사재(私財)가 어딨습니까? 중이 돈을 갖고 있으면 중이라 할 수 없지요. 저한테 한문경전을 배우는 학생들이 낸 수강료로 불사를 시작했고,그 분들이 낸 시주금으로 완성했죠."

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역 인근 자곡동에 탄허기념박물관을 세워 26일 개관하는 혜거 스님(금강선원장 · 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 · 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오로지 금강선원 신도들의 힘으로 건축비만 70억원이 든 박물관을 세웠다기에 "사재라도 내셨느냐"고 묻자 한 이야기다.

혜거 스님의 스승이자 근 · 현대 한국 불교의 대강백(大講伯)이었던 탄허 스님(呑虛 · 1913~1983)은 학승으로 명성을 떨쳤고 특히 불경 번역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1959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거 스님은 이 같은 스승의 업적을 기리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탄허기념박물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혜거 스님이 직접 건축에 참여하는 대신 서울 개포동 금강선원 신자들이 불사위원회를 만들어 박물관 건립을 주도했다.

혜거 스님은 "신자들이 금강경 5300자를 한 글자씩 시주하는 운동을 벌여 1인당 108만원씩을 내니 50억여원이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여유 있는 분들이 좀 더 내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지은 탄허기념박물관은 탄허 스님의 유품과 유묵 · 저서 · 역서 · 계첩 등을 전시하고 불자들의 공부와 연구를 위한 시설로 활용할 계획.기숙형 학당도 운영할 예정이다. 각 분야의 권위자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개관 기념강좌도 다음 달부터 석 달간 매주 수요일에 열기로 했다. (02)445-8484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