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라 한국의 혈맹인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3일 새벽 4시께 도발 사실을 보고받고 격노했다고 전했다.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한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북한에 확고한 동맹관계를 과시키로 첫 대응조치를 발표한 배경이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추가 도발을 막도록 촉구하는 한편 대북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군사적 타격은 배제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방영될 A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적 (타격) 조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안보의 초석"이라며 양국 동맹이 확고부동함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시설이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미국의 정밀타격 여부를 둘러싸고 민간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실장은 "한국과 미국 등이 재래식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은 잘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루스 베넷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박사는 타격 능력을 떠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제한적으로나마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 지도부는 북 내부의 갈등과 문제점을 외부 위협으로 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그렇게 되면 북한 엘리트들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김정은에게 권력이 세습되는 과정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을 움직일 지렛대는

중국을 활용해 실질적인 제재를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하워드 버먼 민주당 하원 외교위원장은 "중국이 도발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북한에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당장 북한에 대한 경제,에너지 지원을 보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케빈 러드 호주 외교통상부 장관은 "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갈수록 위험이 되는 북한 정권에 최대한 압력을 가하도록 베이징에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단호하고 냉정하면서도 가시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접 후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공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후 주석이 내년 1월 미국을 국빈 방문할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시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관건은 미국이 중국을 현실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다. 미 국무부의 성 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연 북한문제 토론회에서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과 핵능력 개발은 역내 안정을 해치는 것으로 중국의 이익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그게 우리가 중국에 갖고 있는 최대의 레버리지"라고 말했다.

◆기존 대북정책 바뀔까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전략적 인내' 혹은 '전략적 무시' 정책으로 북한과 적극 대화를 하지 않은 탓에 북한의 강공을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 의원은 "그동안 북한 달래기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대북정책의 실패 여부를 묻자 "결함도 있었다"고 부인하진 않았다. 그러나 "도발-보상-도발이라는 북한의 과거 패턴 전략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포격으로 민간인들이 다쳤는데 대화할 수 있겠느냐"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