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터키 원자력 발전소 수주 협상이 당초 정부의 '연내 타결' 기대와 달리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대 쟁점인 전력 판매 단가를 놓고 양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터키가 일본과의 협상에 나서면서 한국과의 협상은 일종의 '냉각기간'에 접어든 상태다.

원전 수출을 총괄하는 한국전력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터키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잘 알고 있지만 먼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내 타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24일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일종의 냉각기간"이라며 "협상 데드라인은 없고 결론이 나려면 6개월에서 1년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수주전에 뛰어든 것과 관련해선 "자금조달 측면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유리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터키 정부가 전력 판매 단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주지 않으면 일본도 사업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터키가 일본과 협상을 해보고 '일본도 안되겠구나'라고 절실히 깨달아야 한국과의 협상이 다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지난 13일 양국 정상회의에 맞춰 추진했던 '정부 간 협상(IGA)'이 결렬된 뒤 별다른 진전이 없다"며 "터키가 우리 쪽 제안을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와 당분간 휴지기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알려진 터키 원전 협상이 막판에 삐걱거리는 것은 터키 원전의 특이한 사업 방식에서 비롯됐다. 터키 북부 시노프지역에 4기의 원전을 짓는 이번 프로젝트는 총 200억달러의 사업비 가운데 70%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이뤄진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성패는 터키 정부가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에 대해 판매 단가를 얼마로 보장해주느냐에 달렸다. 판매 단가가 높을수록 사업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전력 판매 단가가 ㎾당 1센트만 달라져도 연간 4000억원,20년간의 원전 운영기간 중 총 8조원이 왔다갔다한다"며 "소수점 몇 자리까지 계산해서 이뤄지는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 · 천연자원부 장관은 지난 13일 양국 정상회담 직후 자국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협상 의사를 공식화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