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부처들은 지난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비상 체제를 가동했다. 정부는 24일 오전 7시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경제금융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사태 전개에 따른 정책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경제분야 합동대책반을 구성, 금융시장 수출 물가 등 각 부문의 동향을 살피고 상황 변화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신속하고 철저한 조치를 취하되 한국 경제의 기초가 탄탄함을 국내 경제주체들은 물론 외국 투자자들에게도 인식시켜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대응 방향이다.


◆쏠림현상 발생 시 적극 조치

최우선 과제는 금융 ·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지난 23일 오후 북한의 포격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역외 원 · 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오르고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 ·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불안심리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행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적극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투기적 성격의 달러 매수 및 원화 매도로 환율이 급등하면 정부가 구두개입 또는 미세조정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금리가 급등하거나 은행 간 차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조짐이 보이면 한은이 원화 및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 신용경색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은행의 외화자금 사정 등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은행과의 핫라인도 가동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각 은행의 유동성과 외환거래 포지션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은 물론 외국계 은행 지점의 동향도 핫라인을 통해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 생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필품 가격 및 수급 동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 시 유통질서 확립과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생필품 사재기나 가격 상승을 노린 출고 조절 및 담합 등 시장 혼란을 일으키는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엄중히 단속하기로 했다.

수출입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포격이 있었던 지난 23일 관련 업계와 기관 등에 문의한 결과 평소와 다름없이 수출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래처 전환과 교역조건 변경 및 대금 미지급 등이 일어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안현호 1차관을 실장으로 하는 비상상황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 "경제 영향 제한적"

정부는 한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재정 건전성이 높으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다. 외환보유액도 지난달 말 현재 293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여서 시장 급변 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경제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 비율도 지난 9월 말 기준 50.2%로 2006년 말(47.6%) 이후 가장 낮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재한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 도발로 (한국 경제에) 단기 영향은 예상되나 추가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면 장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합동대책반을 가동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장관은 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지금까지 북한이 도발했던 역사를 보면 금융 · 외환시장은 일시적 충격을 받은 후 빨리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수출입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고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통상적인 시장안정 장치로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나 금융감독원과 매일 금융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