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올 하반기 들어 2배 가까이 뛰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태양광 시장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 LG 한화 등 시장을 관망하던 국내 대기업조차 해외 업체와의 합작 또는 독자 진출 등의 방식으로 사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공급부족에 가격 '뜀박질'

24일 태양광 시장 조사업체인 PV인사인츠와 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스폿(단기)계약 물량 가격은 ㎏당 9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4분기 평균 54달러에 비하면 1년 새 70%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물량을 구하지 못한 일부 업체들은 100달러 가까운 가격에 호가를 내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스폿계약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지만,폴리실리콘 가격의 선행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가 가격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5년 이상 장기계약 물량 가격도 올 상반기 ㎏당 50달러 초반에서 현재 60달러대로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헴록,독일 바커,한국 OCI 등 세계 12개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내년까지 총 4만여t의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빠듯한 수급 상태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유럽 중국 등의 신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가격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친환경 정책이 시장 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금융위기를 거치며 움츠러들었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올해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 7.3기가와트(GW)의 두 배 이상인 15GW 규모의 설비가 설치됐다. 당초 예상치인 10GW보다 50%나 많은 규모다.

각국 정부의 태양광 육성정책이 이 같은 성장을 이끌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1500억달러를 투자키로 하고,2008년 만료 예정이던 에너지정책법을 2016년까지 연장해 세금공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2009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재선되면서 원자력 발전 포기를 공식화한 뒤 올해 신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 · 개발 투자 중에선 46%를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도 작년 한 해에만 346억달러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며 태양전지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대기업 사업진출 잰걸음

폴리실리콘 가격이 뛰면서 그동안 사업 진출 시기를 저울질하던 국내 대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그룹 화학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은 울산에 미국 MEMC와 연간 1만t 생산규모의 합작공장을 세우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폴리실리콘 업체 인수 · 합병(M&A)을 추진하던 한화케미칼은 자체 기술로 독자 진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8월 인수한 중국 태양광 모듈업체 솔라펀 파워의 자회사가 가진 폴리실리콘 생산기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도 올 연말까지 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고민은 적지 않은 투자비와 헴록,OCI,바커 등 3강 체제로 고착화된 시장구도다. 1조원(연간 1만t 기준)의 투자비와 상위 3개사가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독과점은 큰 부담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시장은 이미 규모의 경제논리가 지배하고 있어 최소 1만t의 설비를 갖춰야 경쟁이 가능하다"며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면 세계 시장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조재희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