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맥주인 삿포로가 국내에 본격 진출하기로 함에 따라 수입맥주 시장에 춘추전국 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급부상한 같은 일본 맥주 아사히와의 승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일본 1위인 기린도 수입선을 바꿔 국내 시장을 공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력적인 국내 수입맥주 시장

삿포로맥주가 국내에 입성키로 한 것은 수입맥주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3715만달러로,1999년 194만달러에 비해 19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3937만달러)보다 5.6% 줄었지만,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 10월까지 3582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전년 동기에 비해 14% 늘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국민소득 향상과 해외여행객 · 유학생 증가 등으로 선호 맥주가 다양해진 데 따른 것"이라며 "아직 수입시장 규모가 전체 맥주시장의 3% 선에 불과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아사히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사히와 롯데그룹의 합작사인 롯데아사히주류의 매출은 2006년 120억원에서 2009년 462억원으로 3년 만에 4배 가까이 커졌다.

삿포로는 급팽창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일본 맥주의 인기가 높아진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삿포로는 그동안 일부 중소기업 등이 실버캔 등 소량을 수입해 대형마트 등에서 팔아왔다. 일본 맥주시장이 지난해 2.1% 감소하는 등 5년째 역성장함에 따라 일본 맥주업계는 동남아 미국 중국 등 해외 진출을 강화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 맥주 삼국지 예고

국내 수입맥주 시장엔 절대 강자가 없다. 해마다 새로운 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999년 밀러 버드와이저 등 미국 맥주가 시장의 43%를 차지했지만,올해(1~8월)는 하이네켄과 아사히 밀러 등이 각각 2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은 몇 년간 1위를 지켜왔던 하이네켄과 밀러가 아사히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아사히는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일본 맥주인 삿포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삿포로는 일본 맥주업계 4위 회사다. 지난해 점유율은 11.7%로 기린(37.7%),아사히(37.5%),산토리(12.3%) 등에 뒤졌다. 그러나 1876년 일본에서 처음 맥주를 만들었으며,맛과 향이 깊어 일본 최고의 맥주라고 불리는 에비스(Yebisu)도 생산하고 있다.

일본 1위인 기린은 하이트맥주에서 수입하고 있지만,판매량이 미미해 수입계약이 만료되는 2012년께 수입선을 디아지오로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디아지오는 지난해 기린맥주와 일본 내 합작법인을 세우고 기린 유통망을 통해 윈저 등을 팔고 있다. 2년 후에는 국내에서 일본 맥주 삼국지가 펼쳐질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삿포로가 매일유업을 파트너로 잡았으나 매일유업은 주류유통망이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와인을 수입하는 자회사인 레뱅드매일을 통해 삿포로를 유통할 계획이지만,와인과 맥주는 유통망이 다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