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습 포격에도 한국 증시는 흔들리지 않았다. 24일 우려 속에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중 43포인트를 만회하며 보합권으로 되돌려 놓는 저력을 보였다. 전날 시간외 거래에서 주요 종목들이 급락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북한의 도발을 일회성 악재로 본 기관과 외국인이 저가 매수에 적극 나선 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더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증시의 중장기 상승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리스크가 봉합되면 유동성과 경기전망,기업실적 등 경제 펀더멘털 이슈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중국 긴축 등 대외 변수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 등 리스크 요인이 많아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

◆장중 하락폭 43포인트 만회

이날 코스피지수는 개장 직후 46.42포인트 급락해 1882.52까지 추락하며 1900선을 순식간에 내줬다. 전날 뉴욕증시가 1.27% 급락하자 불안감을 느낀 개인이 매도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기관이 적극적으로 매물을 받아내면서 지수는 빠르게 낙폭을 줄여 10여분 만에 1900선을 회복했다. 오전 11시가 넘자 1920선까지 반등했고 오후 장에서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마감 지수는 1925.98로 2.96포인트(0.1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수 저점 대비 반등폭이 43.46포인트에 달했다.

연기금 2053억원 등 기관이 413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의 선봉에 섰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단 하루만 빼곤 연일 주식을 사들여 수급의 핵으로 떠올랐다. 북한 리스크로 주식을 던질 것으로 우려됐던 외국인도 492억원 순매수해 '셀 코리아(sell Korea)'는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물량을 쏟아냈던 외국인은 이날 선물을 7193억원 순매수해 오히려 정반대 모습을 보였다.

증시 분석가들은 투자 주체들이 북한 변수를 수차례 경험하면서 내성이 생겨 심리적으로 빨리 안정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미국 · 유럽 증시가 약세를 보인 것은 북한 이슈뿐 아니라 유럽 재정위기 등 다른 변수들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증시도 북한 악재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시간외 거래에서 매물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이 거둬갔고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지수가 전날 수준으로 복원됐다는 점에서 1900선 지지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대외변수 불확실성은 여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발 악재로 그칠 경우 증시는 상승 추세로 재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 낙관론자들은 북한발 충격을 털어내면 유동성 장세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 관건은 확전으로 이어질지 여부인데 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증시는 빠르게 정상궤도로 복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급에선 연말까지 연기금의 역할이 기대된다. 김철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지난달 6240억원에 이어 이달에도 약 1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적극 '사자'에 나서고 있다"며 "지수가 추가로 조정을 받을 경우 연기금이 매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도발이 글로벌 유동성의 이머징 시장 유입이라는 큰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북한이 2차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오는 28일부터 서해상에서 한 · 미 연합훈련이 실시되는 등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어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많다.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와 중국 긴축정책 등 해외변수가 진행형이어서 당분간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 실적이 하강곡선인 점도 부담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가 나와 있는 유가증권시장 200개사의 4분기 영업이익은 14조2875억원으로 3분기(14조8682억원)보다 3.9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상장사들은 지난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0.57% 감소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아일랜드 구제금융으로 다시 수면 위에 오른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추가 긴축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당분간 시장은 환율 동향과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따라 출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