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업계 '다운사이징' 新트렌드 부상

국내외 자동차업계에 배기량은 줄이고 출력과 연비를 높이는 이른바 '다운사이징(엔진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엔진의 사이즈는 줄이는 대신 터보차저 및 직분사 엔진 교체를 통해 성능(출력 및 연비)은 유지하거나 기존 대비 높이는 전략이 새로운 흐름을 이끌 전망이다.

국내업체 중에선 현대자동차의 신형 아반떼와 쏘나타 2.0 터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우선 신형 아반떼 1.6은 배기량은 같지만 새로운 직분사(GDI) 엔진을 장착, 이전 121마력을 최대 140마력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연비 또한 소형차에 버금가는 16.5km/ℓ로 1등급을 달성했다.

쏘나타 2.0 터보는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을 얹어 배기량은 400cc 작아졌으나 출력은 기존 2.4(201마력) 대비 36.3% 높인 274마력을 확보했다.

쌍용자동차 렉스턴도 다운사이징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8월중 판매에 나선 쌍용차 렉스턴 RX4는 직렬 4기통 2.0ℓ XVT 엔진으로 교체해 기존 2.7ℓ 대비 배기량은 700cc나 작아졌다. 가격 또한 1000만원가량 내린 2500만원대로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

GM대우는 내년 1.4 터보 엔진을 장착한 고효율 라세티 프리미어(미국명 시보레 크루즈)를 국내에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세티 프리미어 1.4는 최근 미 GM이 내년 1월 출시하는 시보레 크루즈 에코 모델. 이 차는 미 환경보호청(EPA)의 연비 테스트 결과 고속도로 기준 42mpg(리터당 17.8km/ℓ)를 달성해 현지에서도 기름 덜 먹는 '짠돌이'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메이커, 4기통 엔진 교체 속도 ↑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기통의 복귀(Four-Cylinder Comeback)'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글로벌 메이커들의 엔진 사이즈가 작아지고 있으며 북미 투입되는 신차 중 4기통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친환경 시대 연비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과거 대형급 승용차를 대표하던 6기통과 아메리칸 머슬카의 상징인 8기통 엔진이 점차 4기통으로 교체된다는 것이다.

GM은 6기통의 대표 세단이던 뷰익 라크로스의 4기통 엔진 모델을 내년 여름 선보이며, 포드자동차는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터보차저를 조합한 '에코부스트(EcoBoost)'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4기통 엔진을 포드와 링컨 차량에 두루 장착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 초 대형급 S-클래스에 2.2ℓ 4기통 디젤엔진을 얹어 배기량은 줄인 반면 성능은 종전 수준을 유지한 신형 모델을 선보인다. 이 같은 다운사이징은 60년 S-클래스 사상 처음이다.

이밖에 일본 스바루와 혼다는 각각 중형 세단 레거시와 어코드의 4기통 모델 판매를 늘릴 예정이며, 고급차 브랜드 BMW는 미 시장에 4기통 엔진을 얹은 소형차 판매 비율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업계에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고 있는 배경으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친환경차 개발 움직임을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더욱 강화되는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배기량을 줄이면서 성능과 연비를 높이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며 "친환경차 기술력이 곧 미래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