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이 소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예전에는 한 번에 많이 사면 싸다는 인식에서 생필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창고에 쌓아놓았으나 이제는 꼭 필요한 물건만 그때그때 사서 쓰는 소량 구매 행태로 바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년 전 발생한 금융위기가 미국인들의 소비 행태를 꼭 필요한 물건만 사서 쓰는 근검절약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켰다고 23일 보도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소비자들은 대량 쇼핑을 해 왔다.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면 단위당 가격이 떨어지는 데다 당장 지갑에서 돈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집값이 떨어졌으며 실업률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당장 사놓기 보다는 조금씩 필요할 때마다 물건을 구입하는 대신 현금 보유를 선호하게 됐다.

리처드 월포드 델몬트푸드 대표는 “소비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것만 사고 있으며 예전처럼 싸다는 이유로 여유분을 두세개 더 구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 성향이 변화하면서 제조업체나 유통회사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제조 단위나 포장,가격,배달 등에 대한 방침이 한번에 많이 사는 대량 구매 고객 보다는 소량을 자주 사는 소비자들을 겨냥하게 된 것이다.델몬트나 킴벌리 등 식료품 및 가정용품 제조업체는 화장지나 애완견 사료의 포장 단위를 과거 한달치 분량에서 일주일 분량으로 바꿔 선보였다.

일반 식료품점 역시 소량 구매 고객을 위해 전시 품목을 자주 바꾸고 있다.소량 구매 고객의 경우 매장을 찾는 빈도가 높기 때문에 자주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의도다.도매업체 BJ 홀세일클럽 역시 계란과 마가린 판매 단위를 소량으로 바꿀 방침이다.

시장조사 업체의 톰 블리스초크 소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내가 과연 이 물건이 필요한가‘,‘이것을 사용할 만한 능력이 되나’ 등을 고민하고 있다” 면서 “이런 고민은 소비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