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확정…자금 어떻게 마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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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자금조달 방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M&A(인수ㆍ합병)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방식에 논란이 있는 터라 더욱 그렇다. 시장에서는 자금조달 방법 중 하나로 유상증자가 거론되고 있으나, 외부 차입만으로 충분하다는 견해도 있다.
◆하나금융, 경영권 프리미엄 16%에 외환은행 인수
하나금융은 25일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51.02%(3억2904만2672주)를 총 4조6888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주당 인수가액은 약 1만4250원이다. 외환은행 주가가 전일 1만225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16%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하나금융은 향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2개의 은행을 지금과 같이 유지,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이름도 그대로 쓰기로 했다. 또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고, 영업인력도 줄이지 않기로 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하나금융이 어떻게 인수자금을 조달하느냐에 있다. 회사 측은 자회사의 배당과 지주회사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필요하면 사모펀드(PEF) 자금도 유치할 예정이다.
◆1조원 이상 유상증자 가능성
하나금융이 내부에 보유한 현금은 3분기말 기준 채 1조원이 안 된다. 3조7000억원 가량은 빌려오든 투자받든지 해서 조달해야 한다. 이번 M&A의 승인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의 기준을 통과하면서 대규모 자금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은행 간 M&A 시 기본자기자본비율(Tier1), 이중 레버리지비율, 부채비율 등을 주로 살핀다. 남의 돈을 너무 많이 끌어다쓰면 이 지표들이 악화되기 때문에 최대한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게 관건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우선 자회사 하나은행이 보유한 현금을 모회사 하나금융에 배당을 통해 이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건전성 지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하나은행이 최대한 배당을 한다면 3조원 이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하나은행의 기본자기자본비율(Tier1)이 8% 초반까지 떨어져 최소 기준인 8%를 간신히 웃돌게 된다. 이에 따라 Tier1 10%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2조원 내외의 배당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렇게 3조원 가까이 조달해도 1조7000억원이 모자란다. 차입을 배제하면 유상증자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1조5000억원 내외의 증자가 실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주가(24일 종가)에서 25%의 할인율을 적용해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7.5%의 주식 희석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증자 없이 외부 차입만 하는 방안도 유력
하지만 하나금융은 유상증자에 아픈 기억이 있다. M&A에 대비해 작년 10월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했다가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유상증자의 목적이 분명한데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돼 큰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지만, 회사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1조원 정도만 유상증자로 조달하고, 7000억원 가량은 하이브리드 채권이나 전환상환우선주, 후순위채 발행으로 감당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종류의 채권, 혹은 주식은 일정 부분이 자본으로 인정돼 단순 채권보다 금융 당국의 기준에 더 적합하다.
아예 유상증자를 하지 않는 방안도 있다. 2조원 내외를 오롯이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이다. 유상증자로 인한 주식 희석을 방지할 수 있어 기존 주주들도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다. 주가에 가장 긍정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우 하나금융의 이중 레버리지비율이 5단계의 등급 중 3등급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가 들여다 보는 가장 중요한 3가지 기준 중 하나의 지표가 부실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중 레버리지비율이란 지분법적용주식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인데, 현재 하나금융은 120% 미만으로 1등급 수준이다.
성병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감독당국이 이중 레버리지비율 3등급을 '보통'(Fair)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3등급이 되더라도 M&A 승인을 불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상증자 없이 외부 차입을 하는게 가장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하나금융은 금융위와 사전조율을 한 뒤 문제가 없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할 전망이다. 외환은행 2대주주(지분 6.25% 보유) 수출입은행이 '지분매도 요청 권한'(태그 얼롱) 행사 여부도 관건이다. 수출입은행이 이 권한을 행사하면 자금부담이 훨씬 커진다.
자금조달 과정에서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금융 감독 당국의 기준도 충족하며, 론스타의 '먹튀' 논란도 잠재울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
◆하나금융, 경영권 프리미엄 16%에 외환은행 인수
하나금융은 25일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51.02%(3억2904만2672주)를 총 4조6888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주당 인수가액은 약 1만4250원이다. 외환은행 주가가 전일 1만225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16%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하나금융은 향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2개의 은행을 지금과 같이 유지,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이름도 그대로 쓰기로 했다. 또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고, 영업인력도 줄이지 않기로 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하나금융이 어떻게 인수자금을 조달하느냐에 있다. 회사 측은 자회사의 배당과 지주회사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필요하면 사모펀드(PEF) 자금도 유치할 예정이다.
◆1조원 이상 유상증자 가능성
하나금융이 내부에 보유한 현금은 3분기말 기준 채 1조원이 안 된다. 3조7000억원 가량은 빌려오든 투자받든지 해서 조달해야 한다. 이번 M&A의 승인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의 기준을 통과하면서 대규모 자금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은행 간 M&A 시 기본자기자본비율(Tier1), 이중 레버리지비율, 부채비율 등을 주로 살핀다. 남의 돈을 너무 많이 끌어다쓰면 이 지표들이 악화되기 때문에 최대한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게 관건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우선 자회사 하나은행이 보유한 현금을 모회사 하나금융에 배당을 통해 이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건전성 지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하나은행이 최대한 배당을 한다면 3조원 이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하나은행의 기본자기자본비율(Tier1)이 8% 초반까지 떨어져 최소 기준인 8%를 간신히 웃돌게 된다. 이에 따라 Tier1 10%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2조원 내외의 배당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렇게 3조원 가까이 조달해도 1조7000억원이 모자란다. 차입을 배제하면 유상증자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1조5000억원 내외의 증자가 실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주가(24일 종가)에서 25%의 할인율을 적용해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7.5%의 주식 희석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증자 없이 외부 차입만 하는 방안도 유력
하지만 하나금융은 유상증자에 아픈 기억이 있다. M&A에 대비해 작년 10월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했다가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유상증자의 목적이 분명한데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돼 큰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지만, 회사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1조원 정도만 유상증자로 조달하고, 7000억원 가량은 하이브리드 채권이나 전환상환우선주, 후순위채 발행으로 감당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종류의 채권, 혹은 주식은 일정 부분이 자본으로 인정돼 단순 채권보다 금융 당국의 기준에 더 적합하다.
아예 유상증자를 하지 않는 방안도 있다. 2조원 내외를 오롯이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이다. 유상증자로 인한 주식 희석을 방지할 수 있어 기존 주주들도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다. 주가에 가장 긍정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우 하나금융의 이중 레버리지비율이 5단계의 등급 중 3등급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가 들여다 보는 가장 중요한 3가지 기준 중 하나의 지표가 부실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중 레버리지비율이란 지분법적용주식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인데, 현재 하나금융은 120% 미만으로 1등급 수준이다.
성병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감독당국이 이중 레버리지비율 3등급을 '보통'(Fair)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3등급이 되더라도 M&A 승인을 불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상증자 없이 외부 차입을 하는게 가장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하나금융은 금융위와 사전조율을 한 뒤 문제가 없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할 전망이다. 외환은행 2대주주(지분 6.25% 보유) 수출입은행이 '지분매도 요청 권한'(태그 얼롱) 행사 여부도 관건이다. 수출입은행이 이 권한을 행사하면 자금부담이 훨씬 커진다.
자금조달 과정에서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금융 감독 당국의 기준도 충족하며, 론스타의 '먹튀' 논란도 잠재울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