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정국이어 北도발…민생법안처리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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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지주사법ㆍ하도급법 등 민주 상임위 거부로 낮잠…법안 2778개 1년 이상 방치
증권사와 같은 비은행 금융자회사를 소유한 일반 제조업체도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4월 여야 합의로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당시 증권시장에서 삼성 한화 등도 지주회사를 세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긍정 평가하는 보고서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여야의 무관심 속에 7개월째 법사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농협을 경제(유통)부문과 신용(금융)부문으로 쪼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벌써 16년째다.
국회에서 장기 방치되는 '미아 법안'이 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예산을 제외한 법안심의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쟁점 법안들의 연내 처리는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실제 한나라당은 지난 9월 농협법 개정안을 비롯 16개 법안을,민주당은 하도급공정거래법 등 40개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중점 처리법안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안이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3일 현재 여야가 중점 처리 대상으로 꼽은 서민 법안 중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민생법안은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법안 단 2건이다. 민간인 사찰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민주당은 법안 심의를 위한 상임위 활동 자체를 보이콧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한부모가족지원법''고령자고용촉진법' 등 주요 처리 대상으로 꼽은 서민법안에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의 서민 법안 발표가 생색내기용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연내 처리를 위해 제출한 310개 법안도 낮잠을 자고 있다. 올해 '정부조직법' 등 단 12건이 처리된 채 나머지 법안은 무관심 속에 놓여 있다. 법안을 제출해 놓고 '나몰라라'하는 관행 때문에 1년 이상 국회에서 낮잠 자는 법안도 상당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0월 현재 18대 국회에 계류 중인 5527건 가운데 무려 50%인 2778건이 1년 이상 방치되고 있는 장기 미처리 법안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처벌 규정과 이를 관리할 정부기관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은 2008년 국회에 제출됐으나 3년이 지나도록 처리가 안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008년 2월 옥션사고로 1800만건,그해 9월 GS칼텍스 사고로 11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사회문제가 됐는데도 국회가 후속 대책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대영 국회 예산정책처 팀장은 "상임위원장이 장기 미처리 법안을 파악,국회 의장과 본회의에 보고하고 상설소위원회를 통한 즉시 처리 도입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원들의 무분별한 입법에 대한 사전심사제도와 함께 영국처럼 1년 이상 장기 미처리 법안은 자동폐기시키는 보완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호/민지혜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