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발 재정위기 여진이 유럽 대륙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PIGS(포르투갈,아일랜드 ·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국가로 분류되지 않았던 벨기에조차 국채 금리가 변방국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재정위기가 유로존 핵심지역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포르투갈에선 정부의 긴축 정책에 항의하는 총파업이 22년 만에 최대 규모로 벌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 "아일랜드 사태 이후 국내 정치가 불안한 벨기에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벨기에가 금융위기 타격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탈리아와 같은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유로스타트)에 따르면 벨기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현재 96.2%로 올해는 GDP의 10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재정도 매년 악화돼 2006년에는 GDP 대비 0.2% 흑자를 기록했지만 2007년 이후 GDP의 -0.3%,-1.3%,-6.0%로 적자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정부 곳간은 비어 있지만 지난 4월 연정붕괴 이후 위기상황을 책임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년물 벨기에 국채금리는 24일 3.616%로 8월 말(2.835%)에 비해 0.8%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도 0.7%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벌어졌다. 벨기에 국채 금리는 최근 들어 매일 오르고 있다.

가디언은 "앤트워프나 브뤼주의 카페에선 벨기에 특산물인 초콜릿 얘기보단 급증하는 국가부채 문제가 화제에 더 자주 오른다"며 "정치불안이 금융불안을 더욱 키우면서 포르투갈,스페인 국채와 금리 격차가 빠르게 좁아든다"고 평가했다.

한편 차기 구제금융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포르투갈에선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벌어져 전국이 마비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포르투갈 노동계가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22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전국 총파업을 벌였다"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노조들이 모두 참여한 이날 파업으로 전국의 기차와 버스,항공기 등 교통수단이 거의 마비됐다"고 보도했다. 리스본과 세투발 등 주요 항구 출입도 정지됐고 병원과 은행,학교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포르투갈 정부는 총 50억유로 규모의 공공부문 임금을 감축하고 세금을 인상해 현재 GDP의 7.3% 수준인 재정적자를 4.6%로 낮춘다는 내용의 긴축정책을 발표했다. 이 긴축안은 26일 의회에서 표결될 예정이다.

영국에서도 정부가 재정긴축 차원에서 학비 인상을 추진하자 대학생들이 주요 도시 도심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