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외화표시채권(외표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에서 발행되는 것으로 넘치는 국내 유동성을 이용해 싸게 외화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국내 기업들의 외표채 발행이 증가세다. 발행규모는 7월 2019억원에서 8월 2907억원,9월 3735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엔 5633억원에 달했다. 이달에도 GS칼텍스(1억달러),LS전선(1억2000만달러),한국동서발전(5000만달러) 등이 잇달아 달러화 채권을 찍어냈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가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최근 외표채 발행을 부쩍 늘리고 있다"며 "정부 규제로 은행을 통한 외화조달 규모가 줄자 직접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 올 들어 공사와 은행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포스코현대차가 전부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사채나 은행채는 금리가 높아 해외 투자자들에게 인기지만 일반기업들은 해외로 나갈 경우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등 발행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계 자금이 늘어나는 등 국내 달러화 투자수요는 커지는 양상이어서 상대적으로 외표채를 발행하기가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하락한 것도 외표채 발행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원화채권 대신 달러채권을 발행한 뒤 이를 다시 원화로 바꾸는 비용이 훨씬 싸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담당자는 "달러 약세로 채권 발행시 기준이 되는 리보금리(런던은행간 금리)가 하락한 데다 CRS금리까지 떨어지면서 원화보다 외화채권 발행이 유리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일부 기업들은 은행에 대한 자금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장기 외화채 발행을 늘리고 있어 앞으로도 외화채 발행이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