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5월,박충훈 상공부 차관은 장관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수출 제일주의'를 건의하면서 "올해 수출목표는 1억달러"라고 보고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어려움을 겪던 터라 박 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러 이제 우리는 '무역 1조달러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수출만 놓고 보면 올해가 전년 대비 28.2% 증가한 4660억달러에 달하고,내년 역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5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 수출순위 7강과 세계 수출비중 3% 진입이 기대되고 있다.

높아진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선진 및 신흥시장별 차별화된 마케팅을 추진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식시키고,비즈니스 서밋 참가 기업들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만하다. 세계 정상급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잘 관리한다면 유망 중소기업이 해외에 널리 알려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국제회의 명소로 거듭난 코엑스(COEX)를 전시 컨벤션 강국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할 일이 있다. 환율 갈등이 진정되면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고 변동폭 또한 커질 것이 분명한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한-유럽연합(EU),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에 맞춰 FTA 활용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1964년,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함으로써 '무역 한국'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당시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무역업체들을 지원했고,무역업계는 '우리가 최고의 애국자'라는 자부심으로 피로를 잊었다. 정부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런 무드가 퍼져 나가면 수출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판단해 그해 8월 국무회의에서 '수출의 날'을 제정하고 매년 기념식을 갖기로 의결했다. 날짜는 수출에 큰 이정표가 될 1억달러를 돌파하는 날로 정했다. 그해 11월30일,수출이 사상 첫 1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이후 매년 그날을 기념일로 삼아 '무역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오늘 47회째 '무역의 날'을 맞아 사상 첫 1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던 당시의 상황과 마음가짐이 떠오른다. 무역업계가 앞장서고 정부와 유관기관이 뒤에서 밀면 한국 경제는 '코리아 프리미엄'을 타고 다시 한번 새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것이다.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