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주거문화대상 브랜드 대상을 받은 서울시 산하 SH공사의 마포 상암2지구 '상암 월드컵파크 10단지'는 주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인기비결을 엿볼 수 있는 단지다.

2007년 서울시가 도입한 시프트는 주택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인식을 뿌리 내리게 해 투기수요를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에 최장 20년 동안 살 수 있는 집이다 보니 무주택 서울시민에게 내 집 없는 설움 대신 안정적인 거주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주택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 비결은 시프트의 품질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상암 월드컵파크 10단지는 서울시내 인기 주거지역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상암지구에 있다. 입지는 물론 평면 조경 등도 일반 아파트에 뒤지지 않는다. 일반분양 아파트와 섞여 있어 사회계층통합(social mix)도 선도하고 있다. 상암 월드컵파크 10단지는 일반분양 아파트 142채,시프트 529채,국민임대주택 190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 정부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은 빈곤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시프트는 중산층의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프트는 우리나라 주택공급문화도 바꾸고 있다. 집을 짓기 전에 파는 선분양제를 집값 거품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2007년 4월 전격적으로 후분양제를 실시했다. 또 국내 최초로 분양원가를 전면 공개해 고객들이 집을 짓는 데 얼마나 돈이 들어갔는지를 따져볼 수 있게 했다.

UN에서도 시프트를 주목했다. UN 산하기관인 유엔해비타트(인간정주위원회)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정주 관련 성과를 인정해 시프트에 특별대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1989년 유엔인류거주프로그램(United Nations Human Settlements Programme)에 의해 창시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류거주분야의 상이다.

SH공사는 2007년부터 시작해 2010년까지 1만6000여채의 시프트를 공급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8년까지 총 11만6000여채를 내놓을 계획이다. SH공사는 "시프트가 주거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며 "무주택 시민의 주거 안정을 이룩하고,이를 통해 주택을 재산의 가치가 아닌 삶터로서의 가치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