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주거문화대상 해외건설부문 대상을 수상한 베트남 비텍스코 파이낸셜센터 빌딩은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호찌민시 중심가에 자리잡은 지하 3층,지상 68층(270m) 높이의 초고층 오피스 빌딩이다.

호찌민시의 랜드마크가 된 이 빌딩을 10월 말 완공한 회사는 바로 해외건설 시장 개척자이자 선두주자인 현대건설이다. 이 빌딩은 베트남 국화인 연꽃을 기본 개념으로 설계됐다. 연꽃 봉오리와 돛을 형상화했다. 24층까지는 볼록한 모양으로 지어지다가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좁아진다. 38층부터 50층까지는 꼬인 형태이고,50층에는 23m정도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 곳에 헬기장이 들어섰다.

겉모양은 아름답고 예술성이 높지만 시공사 입장에서 보면 난공사 중의 난공사였다. 전체 건물 기둥 가운데 반듯하게 생긴 기둥이 하나도 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건물 높이가 60층을 넘어가는 초고층 건물에 시공하는 '허리 보강 공사'는 베트남에서 지어지는 건물 가운데 이 빌딩이 처음이다.

현대건설은 경쟁사의 저가 공세에도 불구하고 그간 베트남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 공사를 수주했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팔라이 600㎿ 화력발전소 공사,비나신 수리조선소 공사 등 총 12건의 시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발주처로부터 우수한 시공능력과 노하우를 인정받아왔다. 이번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에 따라 향후 베트남에서 발주되는 비슷한 공사의 입찰에도 계속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현대건설은 기대하고 있다.

해외건설 선두주자인 현대건설은 올해부터 중동지역에 집중돼 있는 사업 구조를 동남아시아지역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1965년 국내 최초로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한 이래 전 세계 50개국에서 680건(605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했다.

이런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전정신으로 무장해 국내 건설사들이 수행하지 않는 분야와 시장에 대부분 국내 최초로 진입했다. 해외건설을 선도해왔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 신시장과 신규 사업에 적극 도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주력시장인 중동에선 오일 · 가스처리시설 등 기술집약형 공사의 기술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채굴분야나 정제분야에도 진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프리카,중남미,CIS 등 신흥 산유국 및 자원보유국에 신규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때 유럽 선진업체,일본업체,이미 진출해 있는 국내업체 등과 협력을 강화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1965년 11월 국내 최초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태국의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했다. 이후 1970년부터는 중동 건설시장에 눈을 돌렸다. 1975년 1억3000만달러 규모의 바레인 아랍 수리조선소 공사를 수주한 게 출발점이었다. 1976년엔 '20세기의 대역사'로 불리는 당시 9억60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쿠웨이트 슈아이바 항만 확장공사,사우디 아시르 전력화사업 등을 잇달아 수행했다.

1990년대 들어 현대건설은 해외시장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더욱 강화했다. 이란 사우스파 지역에서 당시 최대 규모인 26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가스 처리시설 공사를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세계 최단기간인 35개월 만에 준공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