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투자할 때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지표들에 매몰되면 안 됩니다. PER은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좋아지면 떨어지고,나빠지면 올라가게 마련입니다. 차트와 기술적 분석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경제와 산업의 큰 흐름을 읽는 눈을 기르는 겁니다. "

황현달 구룡21투자컨설팅 대표는 성공적인 주식투자를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폭넓은 시야'를 꼽았다. 그는 한국경제TV 증권정보사이트 와우넷(wownet.co.kr)에서 '구룡'이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기업의 실적과 수급 상황도 중요하지만 특정 산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증시 분석의 핵심"이라며 "가령 영리 의료법인 허용을 주장해온 진수희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차바이오앤 같은 주식을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선린상고를 졸업한 뒤 1997년 용산전자상가에 위치한 PC제조업체에서 병역특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때 그는 정보기술(IT)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IT버블 초입 무렵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에 투자해 수십배에 가까운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빚 보증을 잘못 서준 탓에 주식으로 벌어들인 전 재산을 날려버렸다. 그는 "가족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불법장기 매매를 할 생각도 했지만 결국 그만뒀다"며 "그 이후 독한 마음으로 오로지 주식만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유슈처럼'이란 필명을 사용하는 재야 고수를 만나 합숙을 하면서 기술적 분석과 주식매매 기법 등을 공부했고,2003년 평소 다니던 절에서 알게 된 지인들로부터 투자받은 돈을 종잣돈으로 제대로 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구룡'이란 필명도 그 절의 주지 스님이 '구룡이 승천하듯이 성공하라'는 의미로 지어줬다고 한다. 그는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업종 블루칩과 선물 등에 투자했고,2007년 4월 무렵 그의 자산은 수십배로 불어났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전날 미국 증시를 분석했고,장 마감 이후에는 그날 상한가를 친 종목 모두를 집중 분석했다. 또 외국인과 기관이 사고 판 모든 종목의 차트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밤 사이 미국 증시가 상승할 경우 매수할 종목 10개와 하락할 경우 매수할 종목 10개를 미리 정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그는 '일봉에서 20일선이 60일선을 향해 고개를 들었는가''시세의 출발점인 5일선을 장악하는 양봉이 나왔는가' 등의 투자원칙을 정립했다.

그는 "지난 11일 옵션만기일 이후 '대박'을 꿈꾸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옵션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옵션이나 주식워런트증권(ELW) 같은 파생상품 투자는 영혼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대표는 "처음에는 주식에 대한 헤지 차원에서 소액으로 파생상품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 번 높은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거기에 몰입하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 상황과 관련,황 대표는 "일부 불안 요인이 없지는 않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체질적으로 개선됐고,그동안 부진했던 IT주가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상승 추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망 종목으로는 단기적으로는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기업은행 파트론 등을 제시했고,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주와 나우콤 KTH 등을 꼽았다.

황 대표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투자원금이 1억원이면 반드시 7000만원과 3000만원으로 계좌를 나눈 뒤 7000만원은 우량주에 장기투자하고 나머지 3000만원은 발빠른 매매를 하는 데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하락장일 때는 7000만원짜리 계좌로는 매매하지 말고 3000만원으로만 투자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는 사람이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나도 벌겠다는 생각으로 함부로 주식투자를 하면 절대 안 된다"며 "주식투자는 투기적인 속성이 있긴 하지만 분명한 건 투자 수익은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윤/사진=허문찬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