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매수 주체가 사라지면서 '공격'은 없고 '방어'만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도 단기 매매로 대응하고 있고, 기관은 저가 매수에만 나서고 있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움츠려든 개미들은 '팔자'로 나서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평도 사건이 발생한 24일 기관이 4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해 냈다. 이 중 연기금이 2000억원 넘게 사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은 25일도 638억원 순매수했지만 역시 연기금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고 지수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날 오전 현재 기관은 사흘만에 순매도로 돌아서 500억원 어치를 팔아치우고 있다.

코스피 1900선의 주역인 외국인도 24일 이후 샀다, 팔았다 하는 모습이다. 24일은 사자에 나섰지만 매수 규모는 497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25일은 1700억원 순매도했지만 이날 오전은 다시 또 매수에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북한 리스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건 발생일인 24일 5700억원 팔아치운 데 이어 28일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의 추가 도발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도 1331억원 매도로 대응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제한되고 있는 것은 유럽 재정 위기와 중국의 추가 긴축 논란 진행, 남북한 갈등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북 갈등에 대해 일차적인 자본 시장의 평가가 '단기 변동성 확대'로 내려진 모양새지만 이번 주말 한-미 연합훈련이나 껄끄러운 중국의 입장 등을 고려할 때 긴장감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양한 외부 변동성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매수세를 유입하기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다.

견조한 국내 펀더멘탈이 유지되기 때문에 외국인의 돌변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상존해 있는 다양한 이슈들이 달러화 가치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점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기관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수가 여전히 1900선 위라는 점이 부담이다.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형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하는데 시중 자금동향은 아직 그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 코스피 수준 이상에서 국내 주식형펀드로 순유입된 금액은 5조원 수준"이라며 "앞으로 지수의 상승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고 진단했다.

한 연구원은 "투신권의 매도세가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주식형펀드의 유동성 비중이 2개월 이상 5% 대 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추가적인 매수 여력 자체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기관 투자자의 매수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기관의 매수세 유입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소수 업종 위주로 기관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업종별로 차별화된 장세가 확대되고 변동성이 커질 개연성이 높다"며 "이는 지수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는 요소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