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시즌' 당신의 치명적 오해…"폭탄주 몇잔은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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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과 당뇨병
매일 한두잔 관상동맥질환 예방
폐경기 여성 골밀도 높여주지만 세잔 이상 마시면 혈당조절 안돼
음주 다음날 기름진 음식 피하고 야채ㆍ과일로 비타민B 섭취를
매일 한두잔 관상동맥질환 예방
폐경기 여성 골밀도 높여주지만 세잔 이상 마시면 혈당조절 안돼
음주 다음날 기름진 음식 피하고 야채ㆍ과일로 비타민B 섭취를
송년회 시즌이 왔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인당 술 소비량이 가장 많다. 평소에 술을 조심해 마시는 사람도 '연말 한철인데 어떠냐'는 식으로 과음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도 과음으로 이성을 잃으면 교통사고 강 · 절도 성희롱 등의 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 젊음과 건강만 믿고 폭음하면 당뇨병이나 간염이 유발 또는 악화될 수 있어 미리 조심해야 한다.
우선 술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연구결과 매일 한두 잔의 술은 심장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주는 한 잔의 절대 알코올량이 12.5g,양주는 15g,맥주는 10g이다. 주종은 달라도 한 잔에 포함된 절대 알코올량은 10~15g으로 비슷하다. 그동안의 연구결과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의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도를 1로 봤을 때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10~15g인 사람의 상대 위험도는 0.68이고,30~50g이하일 경우에는 0.57로 낮아진다. 하지만 50g(3잔) 이상에서는 위험도가 점차 증가하는 J형 곡선을 보인다.
요컨대 하루 한두 잔의 음주는 관상동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한번에 3잔,1주일에 7잔까지는 인체가 감당할 수 있는 무해한 수준이다. 그러나 3잔을 초과하면 술은 독이 된다.
심원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한두 잔의 음주는 혈관확장을 유도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동맥경화를 억제하는 고밀도지단백(HDL)결합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며,과도한 혈전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더 이상의 음주는 혈중 중성지방의 증가를 초래해 HDL-콜레스테롤 상승 효과를 상쇄하고 결국 동맥경화를 촉진한다"고 말했다.
폐경 여성에게 적당한 음주는 골밀도를 비음주자보다 13%가량 높이는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폴리페놀(포도주)이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하고,소량의 알코올이 미소하나마 여성호르몬 생성을 촉진하며,뼈를 약화시키는 부갑성호르몬 농도를 낮춰 폐경 여성의 건강에 도움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같은 병원 남궁기 정신과 교수는 "소량의 알코올이 몸에 좋다는 것은 건전음주를 하는 사람이나 알코올 중독에 대한 문제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해당된다"며 "하루 3잔 이내로 절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라리 한잔의 술도 몸에 좋지 않다고 정의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성적인 음주가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주목을 끈다. 과음이 심장질환,비만을 유도해 결국 당뇨병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가설적인 설명이었지만 직접적으로도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견해다. 쥐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한 김원호 질병관리본부 대사영양질환과 연구원은 "만성적 알코올 섭취로 인해 생성되는 독성산화물질이 당분해효소인 글루코키나제(GCK)의 구조를 변화시켜 당분해 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젊었을 때에는 독성산화물질을 잘 방어하고,알코올 해독을 담당하는 간이 충분한 산소를 섭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 문제가 없지만 일부는 30대 후반~40대 초반에 이르면 이런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당뇨병이 증가하는 것은 음주가 잦고 고열량 단순당 위주의 가공식품을 다량 섭취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과량의 알코올은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생성능력 및 전신세포의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을 떨어뜨려 당뇨병 악화를 가속화한다고 설명했다.
최원혁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간 실질세포,간으로 유입되는 혈류량과 산소섭취량,체내 전반의 수분,간내 효소의 숫자와 활성도가 감소해 알코올에 대한 간 민감도가 증가한다"며 "젊었을 때 술을 줄여 마시면 이런 노화 추세를 훨씬 줄이고,알코올성 간염 및 간경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음주 다음 날에는 적절한 탄수화물 및 아미노산 섭취로 뇌와 간에 최소 필요량의 영양분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만성 음주자는 음식을 잘 먹지 않고 술만 마시거나,음주 다음 날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아 혈액 속의 혈당이 부족할 수 있다. 뇌는 짧은 시간의 저혈당에도 손상될 수 있다. 특히 만성 음주로 장기기억은 비교적 온전하나 단기기억은 많이 손상되며 궁극적으로 개념이해력이 떨어진다. 치매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는 게 최근 연구결과다.
술 먹은 다음 날에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콩나물 북어국 모시조개국 등 소화가 잘되는 담백한 음식으로 속을 푼다. 음주로 많이 소실되는 비타민B군은 종합영양제나 과일 야채로 보충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