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임원들이 외환은행 인수가 표면화되기 전인 10월 말부터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사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9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경영진 6명은 지난 10월26일부터 지난 24일까지 하나금융주식 총 2만900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주식을 산 경영진은 양용승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양 부사장은 지난 한달간 하나금융지주 주식 1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양 부사장의 평균매입가는 1주당 3만4860원이다.

그는 특히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 24일에도 8000주를 추격 매수했다. 당시 주당 취득가는 3만5250원. 다른 임원들보다 매입가는 다소 높았지만, 그 뒤 주가는 더욱 급등했다.

김지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는 2주만에 약 2900만원(26일 현재 주당 3만7500원 기준)을 벌어들였다. 김 부회장은 지난 11일과 17일에 각각 3000주씩 총 6000주를 주당 평균 3만2600원에 장내 매수했다.

그 외에도 임창섭 부회장, 김정채 부회장, 조기욱 부사장, 조정현 상무 등이 주가가 3만2000~3만3000원선이던 지난 10월 말에 각각 300주~2000주를 매입해 차익을 얻게 됐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임원들의 매수에 대해 "그룹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주식이 쌀 때 개인적으로 산 것 같다"며 "임원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은 결국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버리고 외환은행을 선택한 것은 '잘 했지만 의외의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지방은행도 분리매각해야 하고 인수 절차도 복잡한 우리금융보다 외환은행이 인수·합병(M&A)에 매력적인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론스타가 현금을 선호하다보니 현금이 풍부하지 않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선택하리라고는 시장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거래소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 인수설 조회공시를 요구한 지난 16일에는 아침부터 매니저들의 인수설 확인 전화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15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한 뒤 25일 4만200원으로 52주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이틀간은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매물로 조정을 받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하나금융지주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환은행 인수로 하나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될 것"이라며 "앞으로 자금 조달 방법에 따라 주가는 달라지겠지만 인수 이전 보다 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지점 수 증가로 하나금융지주의 취약점으로 여겨지던 저원가성 예금조달이 쉬워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하나금융지주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