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비자물가가 20개월 연속 하락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인한 물가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은 8개월 연속 증가율이 둔화돼 경기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신선식품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 대비 0.6% 하락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일본의 핵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락폭은 9월의 1.1%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담배 가격 인상이 반영된 결과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담뱃세를 한 갑당 33% 올렸다. 때문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케 오시키 다이이치생명 리서치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낙폭이 둔화됐지만 일본 경제에는 여전히 상당한 물가하락 압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뚜렷한 경기하강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물가가 언제 오르기 시작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경제는 지난 3분기 정부의 소비 촉진 지원책 등의 영향으로 0.9% 실질 성장을 기록했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0.2% 올라 1년10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는 올 여름 폭염으로 채소 값이 급등했던 영향이 이어진 것이다. 식료품과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소비자물가는 0.8% 하락했다.

엔고로 일본 경제가 하강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물가하락세도 지속되면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추가 대책 수립 압박을 받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일본은행이 물가하락세를 저지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경기 진작책에 적극 호응하라는 얘기다.

한편 일본의 수출은 지난달 전년 동월에 비해 7.8% 증가하는 데 그쳐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10.7%)을 크게 밑돌았다. 일본의 수출 증가율은 8개월째 둔화세를 보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