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주요 외신들은 26일 '중국의 역할론'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이번 사태의 해결과 재발 방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언론들이 중국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북한이 중국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는 베이징발 기사에서 "이번 공격으로 중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부 외교정책 관계자들은 북한의 행위에 대해 매우 화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28일부터 서해에서 실시되는 한 · 미 연합훈련에 대해 중국이 소극적인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훈련에 대해 "우리는 관련 보도를 주목하며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지난 6월 한 · 미 연합훈련에 격렬하게 반발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평양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일시적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독배를 마신 것"이라며 "북한은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중국 역할 한계론'을 부각시켰다. 이 통신은 중국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중국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인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양국 관계에는 많은 갈등이 있고 유대관계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2006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도 중국 지도부의 만류를 무시했다"며 "중국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오히려 양국 외교관계나 비핵화 문제 등에서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프 청 홍콩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은 북한에 특별대사를 파견해 자제를 촉구하는 선에서 이번 문제를 매듭지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추진되더라도 중국은 무기와 사치품 등에 대한 규제에는 찬성하겠지만 광범위한 제재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중국의 모호한 자세로 대북 제재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지난 3월 천안함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북한을 감싸는 듯한 원론적인 입장만 보이고 있다"며 "중국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한 대북 제재는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연평도 사태에 대해 아직 중국과 당국 차원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완/장성호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