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전자업체들이 의료기기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최근 의료기기 사업 확대를 위해 메디슨 인수전에 뛰어들었고,일본의 올림푸스와 히타치 등도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한국과 일본업체들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유럽의 지멘스와 필립스 등 3개사가 과점해온 의료기기 시장이 전자업체 간 격전장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메디슨 반드시 인수한다"

일본업체들에 비해 뒤늦게 의료기기 사업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는 최근 치과용 엑스레이 전문업체인 레이를 사들인 데 이어 최지성 사장이 직접 나서 메디슨 인수를 지휘하는 등 의료기기 사업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디슨은 세계 최초로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회사로 국내 관련 시장의 33%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선 GE 필립스 지멘스 히타치 등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는 메디슨 인수뿐 아니라 최근 170여명에 달하는 의료기기 · 정보 인력을 확보해 사업조직 구성작업을 완료했다. 의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 협력을 위해 어지간한 회사와는 다 접촉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의료기기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최근 초정밀 영상진단 장비인 '포터블 엑스레이 디텍터' 양산에 나섰다. 엑스레이 촬영 직후 정보를 바로 디지털로 전환해 모니터로 볼 수 있도록 한 장비다. 또 삼성테크윈이 의료진단사업,에스원이 심장제세동기를 시작으로 가정용 의료기기 분야에 뛰어들었다. 또 삼성과 함께 LG전자도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타치,올림푸스 글로벌 기지 확대

일본 히타치는 최근 자회사인 히타치메디코를 통해 초음파 화상진단 업체인 아로카를 인수했다. 아로카는 1960년대에 초음파진단장치를 개발한 일본 업체다. 히타치는 향후 아로카와 히타치메디코를 통합해 의료기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히타치는 이에 앞서 중국 쑤저우 공장에 2억엔을 투자,자기공명 영상장치(MRI) 등의 생산을 시작했다. 히타치메디코는 가격을 기존보다 20%가량 낮춘 초음파 진단기 신제품을 개발,중국에서 생산함으로써 중국 및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내시경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에 올라 있는 올림푸스도 한국올림푸스를 통해 의료기기 업체 인수 · 합병(M&A)을 준비하고 있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노령인구가 급증하고 있어 향후 의료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사업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일본의 후쿠다전자와 일본코덴공업 등도 의료기기 사업 강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분야는 전자기술과 의학기술의 경험이 필요한 융 · 복합 산업으로 실시간 진단,영상진단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확대되는 시장을 둘러싼 전자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초음파진단기 기준으로 56억5000만달러에 달하고 매년 6%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E,지멘스,필립스 등 3개사가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