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와 광주 · 경남은행 입찰에 예상보다 많은 23곳의 투자자가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미국 메트라이프,영국 아비바,호주 맥쿼리,중국 공상은행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도 포함됐다. 칼라일 보고펀드 등 사모펀드들도 출자의향을 밝혔다. 일단 입찰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가 성공할 것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다. LOI는 말 그대로 투자의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실제 예비입찰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 투자자도 우리금융이 주도한 컨소시엄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다음 달 20일 예비입찰이 실시돼 봐야 우리금융 민영화가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입찰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금융 주도 컨소시엄 2개로 참여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는 11곳이 참여했다. 우리금융이 주도한 우리사랑컨소시엄(우리사주 중심)과 W클럽(우리은행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모임) 등 2곳이 LOI를 냈다. 미국 메트라이프생명과 호주 투자은행인 맥쿼리,영국 최대보험사인 아비바,유리자산운용 및 인베스투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모펀드인 미국의 칼라일과 홍콩의 어피니티,한국의 보고펀드 및 MBK파트너스도 투자의향을 밝혔다.

이 중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는 우리금융이 주도한 컨소시엄이다. 일단 2개로 나눠 LOI를 냈지만 예비입찰 때는 하나로 합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컨소시엄은 우리금융지주와 광주 · 경남은행을 함께 인수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KT 포스코 등 대기업과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도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와 KT는 각각 5000억원 안팎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주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증권사 등도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은 자산운용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컨소시엄이 모은 돈은 총 10조원 이상이라고 우리금융 관계자는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9000억원을 모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너무 많은 주체들이 참여하다 보니까 아직 인수가격 입찰방법 등 조건에 대해 합의를 끝내지 못했다"며 "LOI 제출 후 컨소시엄을 쪼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합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2개로 나눠 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수가격 등 조건에 대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며 "컨소시엄을 합치는 것은 본입찰 때까지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외국계 금융회사와 사모펀드는 경영권인수가 아닌 지분참여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맥쿼리와 메트라이프 등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마음을 바꿔 경영권 인수에 뛰어들 경우 우리금융지주 입찰은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광주 · 경남은행은 각각 팽팽한 3파전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인수전에는 각각 7곳과 5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광주은행에는 전북은행과 중국 공상은행,광주지역상공인 등 7곳이 LOI를 냈다. 대구은행 부산은행 맥쿼리 칼라일 등 4곳은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두 곳 모두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남지역상공인은 경남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금융계에서는 광주은행 인수전은 전북은행 중국 공상은행 광주지역상공인 등의 3파전,경남은행 인수전은 부산은행 대구은행 경남지역상공인 등의 3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맥쿼리와 칼라일은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광주은행 인수의향을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

중국 공상은행은 당초 전북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단독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 공상은행은 광주은행 인수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을 인수해 경영해 본 뒤 대형은행과 합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인수전이 팽팽한 3파전 구도로 흐르게 됐다"며 "이에 따라 두 은행을 우리금융에서 분리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예비입찰 때까지 합종연횡 활발할 듯

정부는 다음 달 20일 예비입찰을 실시한다.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인수 희망 지분과 컨소시엄 구성형태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따라서 그 전에 LOI를 낸 투자자들 사이에 활발한 합종연횡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는 FI의 역할을,금융회사는 SI의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금융계 관계자는 "LOI는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 컨소시엄 구성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복으로 LOI를 제출한 곳이 많다"며 "컨소시엄 구성 협상이 진행되면서 합쳐지고 정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구성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느 쪽이든 유리한 곳을 선택하겠다는 의도다.

LOI는 단순한 인수 의향만 밝히는 것인 만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 매각 유효경쟁 입찰 여부를 인수물량과 인수가격 등이 담기는 예비입찰을 실시한 뒤 따져볼 계획이다.

정재형/안대규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