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무시한 정치투쟁 지겹다"…외면받는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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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탈퇴 가속
지난해 32곳 3만8000여명 탈퇴…올 들어서도 21곳 6280명 나가
투쟁 만능주의 고집땐 탈퇴 도미노 심화될 듯
지난해 32곳 3만8000여명 탈퇴…올 들어서도 21곳 6280명 나가
투쟁 만능주의 고집땐 탈퇴 도미노 심화될 듯
민주노총 탈퇴러시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지난해 KT 인천지하철 인천국제공항 쌍용자동차 등 32개 노조(조합원 3만8416명)가 이미 민주노총을 떠난 상태다. 올해도 롯데호텔 상신브레이크 광진상공을 포함해 21개 노조가 탈퇴대열에 동참했다. 정치 투쟁과 이념 투쟁에 빠진 민주노총의 운동노선에는 더 이상 기댈 게 없다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다.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노조들은 계파별로 분열돼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운동행태에 환멸을 느껴 탈퇴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러한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쟁만능주의만을 고집하고 있어 민주노총 탈퇴러시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민주노총이 지금까지의 투쟁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탈퇴 도미노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제 상급노동단체로서의 면모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조합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신경쓰지 않고 이념화된 노조간부 몇 명의 생각대로 노동운동을 주도하다간 큰코 다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번에 민주노총을 탈퇴한 상신브레이크 광진상공 롯데호텔 노조들은 강성투쟁을 벌였던 사업장들이다. 상신브레이크는 대구지역,광진상공은 경주지역에서 노동운동을 주도해왔고 롯데호텔노조는 2000년대 초 극렬투쟁을 벌이며 호텔업계의 노동운동을 이끈 곳이다. 하지만 이들 노조는 민주노총의 노동운동에 실망해 상급단체 없이 독립노조로의 길을 가기로 했다. 이들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좌파 노동운동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브레이크 생산 업체인 상신브레이크의 탈퇴는 장기투쟁 뒤에 이뤄졌다. 상신브레이크 노조는 민주노총 가입 후 지난 12년간 연평균 28일씩 파업해온 강성 노조다. 이 회사 노조는 올해 6월부터 금속노조의 파업지침에 따라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섞어 가며 회사를 몰아붙였고 8월9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막무가내식의 노조 투쟁에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섰다. 결국 70여일간의 장기파업사태를 겪은 노조는 지난달 21일 위원장을 교체했다. 일선조합원들이 집행부의 투쟁노선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창 수출이 늘어나는 시기에 노조의 어처구니 없는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노조의 강경투쟁에 맞서 회사가 직장폐쇄로 맞서자 사무직 직원들이 대신 생산 라인에 들어가기도 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하반기에는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광진상공 노조 역시 툭하면 파업으로 맞섰다. 하지만 결국 정치투쟁으로는 회사의 앞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일선 조합원들의 자각이 민주노총을 탈퇴하도록 만들었다. 경영난을 겪던 이회사는 올초 희망퇴직자를 모집했으나 노조가 이에 반발해 파업으로 맞섰다. 노조는 금속노조의 집중투쟁에 참여하며 회사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투쟁성향의 집행부에 등을 돌렸고 결국 민주노총과도 결별하게 됐다. 경주지역에서 금속노조를 탈퇴한 사업장은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에 이어 광진상공노조가 두 번째다. 광진상공의 한 노조원은 "우리회사 제품은 현대 · 기아차와 미국 GM,독일 폭스바겐 등에 납품하고 있는데 노조가 강성이다 보니 발주처들이 신뢰를 못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투쟁지침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잇달은 금속노조 탈퇴는 다른 사업장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금속노조 경주지부도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이번에 민주노총을 탈퇴한 상신브레이크 광진상공 롯데호텔 노조들은 강성투쟁을 벌였던 사업장들이다. 상신브레이크는 대구지역,광진상공은 경주지역에서 노동운동을 주도해왔고 롯데호텔노조는 2000년대 초 극렬투쟁을 벌이며 호텔업계의 노동운동을 이끈 곳이다. 하지만 이들 노조는 민주노총의 노동운동에 실망해 상급단체 없이 독립노조로의 길을 가기로 했다. 이들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좌파 노동운동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브레이크 생산 업체인 상신브레이크의 탈퇴는 장기투쟁 뒤에 이뤄졌다. 상신브레이크 노조는 민주노총 가입 후 지난 12년간 연평균 28일씩 파업해온 강성 노조다. 이 회사 노조는 올해 6월부터 금속노조의 파업지침에 따라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섞어 가며 회사를 몰아붙였고 8월9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막무가내식의 노조 투쟁에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섰다. 결국 70여일간의 장기파업사태를 겪은 노조는 지난달 21일 위원장을 교체했다. 일선조합원들이 집행부의 투쟁노선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창 수출이 늘어나는 시기에 노조의 어처구니 없는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노조의 강경투쟁에 맞서 회사가 직장폐쇄로 맞서자 사무직 직원들이 대신 생산 라인에 들어가기도 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하반기에는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광진상공 노조 역시 툭하면 파업으로 맞섰다. 하지만 결국 정치투쟁으로는 회사의 앞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일선 조합원들의 자각이 민주노총을 탈퇴하도록 만들었다. 경영난을 겪던 이회사는 올초 희망퇴직자를 모집했으나 노조가 이에 반발해 파업으로 맞섰다. 노조는 금속노조의 집중투쟁에 참여하며 회사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투쟁성향의 집행부에 등을 돌렸고 결국 민주노총과도 결별하게 됐다. 경주지역에서 금속노조를 탈퇴한 사업장은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에 이어 광진상공노조가 두 번째다. 광진상공의 한 노조원은 "우리회사 제품은 현대 · 기아차와 미국 GM,독일 폭스바겐 등에 납품하고 있는데 노조가 강성이다 보니 발주처들이 신뢰를 못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투쟁지침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잇달은 금속노조 탈퇴는 다른 사업장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금속노조 경주지부도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