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주말을 앞둔 불안감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강세로 출발했지만 28일 한 · 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의 재도발 우려가 커진 데다 근거 없는 루머까지 가세하자 오후 들어 급락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었다. 1900선을 방어하기는 했지만 개인들은 4002억원을 매도해 투자심리가 냉각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사태를 무작정 낙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이 난무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난무하는 루머에 불안한 개인 '투매'

코스피지수는 26일 1.34%(25.88포인트) 급락한 1901.80으로 거래를 마쳤다. 강보합으로 출발한 뒤 하락 반전하긴 했어도 오전까지는 낙폭이 10포인트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오후 1시쯤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개인이 2000억원 이상의 매물을 한꺼번에 쏟아내자 주가는 단숨에 1900선 아래로 밀려났다. 그 무렵'북한이 한 · 미 연합훈련 시 전쟁으로 간주(1보)'키로 천명했다는 로이터통신을 가장한 루머가 속보인 양 메신저 등을 타고 퍼진 점이 매물의 방아쇠를 당겼다. 선물시장 외국인도 4440억원 순매도하며 불안심리를 부채질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한국과 미국이 대규모 군사작전을 통해 한반도를 전쟁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전한 것으로 뉘앙스가 다르다는 점이 알려지자 증시는 낙폭을 약간 만회하며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마감 직전 적지 않은 주식을 저가 매수하며 지수를 1900선으로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이날 568억원 '사자' 우위로,기관도 81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신을 통한 루머성 소식이 와전되면서 주말을 앞두고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개인들의 투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확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루머에 흔들릴 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취약해져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투자심리 악화로 변동성 지속될 듯

남 · 북 간 긴장관계가 해소되지 않아 당분간은 투자심리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은 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호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북한의 2차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간간이 나오는 등 우려가 여전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북한 관련 뉴스가 메신저를 타고 전해진 후 원 · 달러 환율이 한때 1160원까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당분간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평도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증시는 중국 긴축 우려나 유럽 재정위기 이슈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며 "추가 상승을 견인할 뚜렷한 계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재도발 우려가 불안심리를 다시 자극할 수 있지만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로 증시가 급락하는 것은 비이성적인 반응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강지연/김동윤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