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읽는 경제] 경제수준 못 미치는 '행복지수'…GDP의 58%에 불과
환경오염으로 피부질환자가 많아져 의약품 판매가 늘고 범죄가 증가해 사설 경비업체 매출이 늘면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한다. 그러나 GDP가 늘었다고 해서 피부질환과 범죄 공포에 시달리는 삶을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 GDP는 한 국가의 경제활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지만 환경오염이나 사회불안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경제적인 측면 외에 복지 환경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스웨덴 스톡홀름환경연구소와 뉴이코노믹스재단 등이 공동 개발한 '지속 가능한 경제복지지수(ISEW)',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표를 활용해 계산한 한국인의 삶의 질은 경제 발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석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1인당 ISEW는 1만1569달러로 1인당 GDP(2만15달러)의 57.8%에 불과했다. ISEW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과 보건 · 교육 부문 공공지출 등을 더하고 교통사고나 환경오염이 유발하는 비용 등은 빼는 식으로 계산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의 1인당 GDP가 2만달러를 넘지만 복지와 환경오염 등을 감안한 삶의 질은 그 절반 수준이라는 의미다.

홍 연구위원은 "1996년 이후 1인당 GDP는 연평균 4.5% 증가한 반면 ISEW는 연평균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환경오염과 사회 양극화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경제 성장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 5일 발표한 HDI에서도 한국은 소득 수준에 비해 각 부문의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 전체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했지만 성불평등지수에서는 20위,소득불평등지수에서는 27위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인의 삶의 질이 경제 발전 수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성장률 재정건전성 등이 회원국 평균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아사망률,자살률,자동차 사고 건수 등이 평균보다 높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