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성공은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과단성에 달려 있다. "

지난 26일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콘퍼런스센터.이례적으로 한국 기업인이 오찬 기조연설을 맡았다. 박용만 ㈜두산 회장이 주인공.'개혁의 실현'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국제회의에서 박 회장은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을 비롯 200여명의 회원국 각료 앞에서 맥주회사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한 두산의 경험을 30분가량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OECD와 개혁 사례에 관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대표적인 사례로 두산을 추천하면서 성사됐다. 1896년 포목상을 시작으로 114년간 변화를 거듭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는 기업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 회장은 두산 개혁의 역사를 상세히 설명하고,공공 부문의 개혁에 적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시사점을 제안했다.

기득권의 포기를 첫 번째로 꼽았다. 박 회장은 "1995년 기업의 근간인 맥주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하자 금융권이 자금 회수를 추진하는 등 '두산이 망한다'는 여론까지 퍼졌다"며 "하지만 맥주사업 매각 자금으로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했고,2년 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개혁을 위해선 국내와 해외 시장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인적 · 물적 자원을 활용하고,국제적 분업과 네트워크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개혁이 성공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개혁이란 늘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업계 선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두산은 인수 · 합병(M&A)으로 경쟁에 대처해 왔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