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세계 경제전쟁 구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선보인 '2011년의 세계'(한국경제신문 12월6일 '2011 세계경제 대전망' 출간)를 보면 글로벌 각국은 친(親)기업 환경 조성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고,글로벌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목돈을 베팅할 '새로운 BRICs(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중국)'를 찾고 있다. 한때 돈이 넘쳐 해외기업 사냥에 나섰던 일본 업체들은 이제 살아남기 위해 인수 · 합병(M&A)에 목을 매는 처지가 됐다. 동영상 시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외모와 언변이 중시되는 '신언서판(身言書判) 경영자상'도 부각될 것으로 전망됐다.

◆신흥시장도 세대교체?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과 인도 중국 등 '구신흥국'들은 마치 학교 무도회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학생처럼 지나치게 콧대가 높고 거만하다"며 "러시아에선 부패가 개선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중국에선 자국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괴롭히는 사례까지 늘고 있어 새로운 신흥국을 찾는 요구가 커진다"고 진단했다. 잡지는 이어 "경제번영 측면에선 기존 BRICs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지만 간과됐던 나라들과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개척 국가들을 주목해야 한다"며 "아프리카와 터키,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이 '뉴BRICs'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교육수준이 높은 베트남도 중국에서 아웃소싱 일자리를 빼앗을 국가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살기 위해 M&A 나서는 일본 거인들

20년 전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를 매입했고,캘리포니아주의 유명 골프장 페블비치를 사들였던 일본 기업들이 또다시 해외자산과 해외기업 매집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과거에는 막강한 경제력을 주체하지 못해 해외 M&A에 나섰던 반면,내년에는 경제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기업 인수로 내몰리는 게 차이점으로 분석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들은 202조엔에 이르는 엄청난 현금을 비축해놓고 있다"며 "후지쓰,히타치,아사히맥주 등이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는 이유로 △일본 내 인구감소와 경제성장 답보 △엔화 강세 △규모의 경제 달성 등을 꼽고 있다.

◆동영상 시대,경영자상(像)도 바뀐다

기업이 동영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유능한 경영자상도 '잘생기고 말 잘하는 것'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기업들이 "글로 쓴 언어에 작별을 고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동영상 시대 개막을 점쳤다.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자판으로 입력한 이메일에서 사진이나 동영상 형태로 바뀌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잡지는 이 같은 동영상 시대가 가져올 변화상으로 "얼굴 없는 경영자 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며 "정치인처럼 기업 경영자들도 달변과 무대 장악력을 무기로 한 감정전달과 카리스마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성장 가장 빠른 국가는 카타르

[이코노미스트 2011 전망] 터키·사우디 '뉴브릭스' 급부상…동영상 시대 CEO도 잘생겨야
이코노미스트는 내년도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중동의 산유국 카타르(15.9%)를 꼽았다. 가나(14.0%)와 에리트레아(10.0%),에티오피아(10.0%),우즈베키스탄(8.5%) 등 광물자원 수출국들이 주요 고성장 국가로 꼽혔다.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부각된 중국은 8.4%의 증가율로 여전히 세계 6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환율 혼란…한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

2008년은 '금융위기의 해'였고 2009년이 '회복의 해',2010년이 '환율전쟁의 해'였다면 내년은 '불확실성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특히 환율 혼란이 시장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목됐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는 증권시장이나 국채시장이 중심에 서지 못하고 환율 문제가 신문의 헤드라인을 독차지할 것"이라고 점쳤다.

한편 내년도 한국 경제는 4.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대외경제 여건 악화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잡지는 예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