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가 10조원을 넘겨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초대형 생보사들이 잇따라 상장했고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상장을 미뤘던 만도,휠라코리아 등 우량 기업들도 IPO에 성공했다.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 외국기업 공기업 등으로 공모 대상이 다양해진 점도 공모시장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내년 초까지 두산엔진 HCN 현대위아 등 굵직한 기업들이 대기하고 있어 공모 열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연내 11개사 공모 대기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 하이투자증권스팩까지 86개 기업이 IPO를 통해 총 9조9495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1999년(3조8000억원)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주 청약을 받는 동부블랙펄스팩을 비롯 연말까지 11개사가 최대 5397억원 규모의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간 총 공모액은 10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생명(4조8881억원) 대한생명(1조7804억원) 등 초대형 생보사들이 IPO에 성공,공모시장을 크게 확장했다. 지난 5월 삼성생명 공모에는 사상 최대인 19조4444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종전 최대였던 1999년 KT&G(11조5768억원)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또 스팩과 외국기업 등으로 투자 대상이 다양해졌고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우량 공기업들이 잇따라 IPO에 나선 것도 공모시장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는 진단이다. 기업공개가 10조원을 넘어도 시총 규모가 1100조원대로 커져 증시에 물량 부담은 크지 않다. 공모주에만 투자하는 자금이 3조~4조원에 달해 일반 청약 경쟁률은 수백 대 1은 기본이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IPO팀장은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한 데다 성공적으로 공모를 진행한 사례를 지켜본 우량 기업들이 과감하게 공모에 나서 유럽 · 북한 리스크 등 악재에도 공모시장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량기업 증시 입성 잇따를 듯

연말까지 유가증권시장 5개,코스닥 6개 등 총 11개사가 공모에 나선다. 12월 공모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두산그룹 계열 선박엔진업체 두산엔진과 현대백화점그룹의 케이블방송사업자 HCN이다. 세계 선박엔진시장 점유율 22%인 두산엔진은 이번 주 증권신고서를 제출,내달 21~22일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HCN은 HCN서초방송 등 7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거느리고 있으며 작년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2066억원,순이익 47억원이었다. 발전 설비 · 운전업체 한전산업개발,114전화번호 안내업체 케이티스,대성그룹 계열 대구도시가스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절차를 밟는다.

코스닥시장에는 스팩주인 동부블랙펄스팩과 IBKS스마트스팩,정보기술(IT) 장비업체인 티에스이 액트 인텍플러스,화학소재업체 대정화금 등이 공모를 받을 예정이다.

내년 초에도 우량기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현대차 계열 부품업체 현대위아,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은 상장 적격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 1월 공모 스케줄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홍희 거래소 상장총괄팀장은 "내년으로 상장작업이 넘어가면 재무제표를 최근 연도 기준으로 새로 준비해야 하는 등 상장을 진행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기업들이 1월까지 상장을 서두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