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의 풍부한 자금 유동성이 은행 인수 · 합병(M&A) 시장에 우호적인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체결한 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 주도 컨소시엄',광주 · 경남은행을 인수하려는 부산 · 대구은행 등은 전략적 제휴를 할 수 있는 투자자들을 골라 투자를 받거나 저리의 자금을 빌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 정부의 우리금융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에 예상보다 많은 23곳이 LOI를 제출한 것도 자금유동성이 풍부한 때문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우리금융 "투자자 우리가 고르겠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과점주주 컨소시엄에 투자 제안을 받은 금액이 10조원 이상"이라며 "투자자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28일 말했다.

우리금융은 국내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 비중을 7 대 3,최소한 6 대 4 정도로 유지할 계획이다. 다른 국내 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이 60~70%에 달하는 상황에서 토종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해외 투자자들 중에서는 사모펀드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해외 진출이나 증권 카드분야 등에서 전략적 제휴를 할 수 있는 투자자들을 유치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스페인 2위 은행인 BBVA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전략적 제휴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BBVA는 올해 한국에 사무소를 열었고 내년에 지점을 설립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인수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하나금융도 사모펀드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사모펀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UBS와 자산운용사를,HSBC와 생명보험사를 공동 설립했던 것처럼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제휴를 위해 하나금융에 투자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 대구은행 "자금 조달 걱정 없다"

광주 · 경남은행을 인수하려는 부산 · 대구은행과 광주은행만 인수하려는 전북은행도 자금 조달에는 전혀 걱정이 없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이익유보금만 8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제안한 투자 금액만 해도 2조원에 달한다"며 "시중에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금리 등 투자조건이 가장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도 "자체 자금과 금융채 발행,우선주 발행 등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1조400억~1조500억원 정도"라며 "일부 주주들이 우선주 발행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재무적투자자(FI)들도 확보했다"며 "투자하겠다는 곳이 많아 물량을 배분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재형/이호기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