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영씨의 시집 《청춘이 밟고 간 꽃길》(한글 펴냄)은 저만치 젊은날을 떠나 온 이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냈다.

열 일곱에 가마타고 시집온 게 엊그제 같기만한 여든넷 할머니,남편의 첩과 다듬이질을 하던 아내,늘그막에 아내와 헤어지고 아파트 경비로 살림을 꾸리다 쓰러진 곽씨 등은 모두 자신의 몫을 힘겹게 살아낸 '꽃'이다.

'굴곡 많은 생의 파도/ 멀리 지평선에서 몰려오는 굴곡'('바닷물 그림자'부분)으로 표현되는 노년의 회상은 애잔하고,가끔은 쓸쓸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