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서 부산시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까지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다. 거가대교다. 대우건설이 공사한 이 다리는 바다 위와 바다 속을 넘나든다. 부산 가덕도와 중죽도,대죽도를 해저로 관통하는 해저 침매 터널은 총 길이가 3.7㎞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로 이름을 올렸다.

총 길이는 8.2㎞에 이르고 공사비만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접속도로까지 합치면 무려 34.8㎞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대우건설이 2004년 12월부터 짓기 시작했고,내달 완공 될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99%.민자로 건설돼 통행료는 1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터널 입구 오른쪽 편으로 휴게소와 함께 홍보관은 이미 완공돼 손님 맞을 채비를 끝낸 상태다.

길이와 공사비,공사 기간만 봐도 대규모 사업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문제는 시공의 어려움이었다. 넓은 바다 위에 다리를 놓다보니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다.



침매(沈埋 · 가라앉혀서 묻음)공법은 이래서 나왔다. 이 공법은 우선 터널의 구조물을 따로 육지에서 만든 뒤 바다에 가라 앉혀 물속에서 연결하는 방식이다. 양쪽에 기둥을 높이 세우고 쇠줄로 도로를 지탱하는 사장교(斜張橋) 방식보다 공사비용이 저렴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선 오래 전부터 일반화됐지만,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3.7㎞의 해저터널을 바닷속에 무리없이 공사하기는 상식적으로도 난망한 일이다. 그래서 이 터널도 18개의 함체(函體 · 터널 구조물)로 연결키로 하고, 함체를 육상에서 미리 만들었다. 18개의 함체는 1개마다 길이 180m,너비 26.5m,높이 9.75m에 달한다.

도로는 왕복 4차선 규모다. 이 함채 1개를 만드는 데에는 철근 2700t,콘크리트 4만t이 소요된다. 이 정도의 철근 소비량은 공급면적 기준으로 100㎡ 안팎(30평형) 아파트 1000채를 지을 수 있다.

대우건설은 함체를 경남 통영에서 만들었다. 예인선으로 하나씩 끌고 와 바다에 가라앉힌 다음,물속에서 하나씩 연결해 나갔다. 무게만 4만5000t에 이르는 함체를 수심 48m에서 5㎝ 이내의 오차 범위에서 연결해야 자동차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5번째 함체를 연결할 때는 13일 동안 5번이나 실패한 끝에 겨우 작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9월 중순 마지막 함체를 연결했다.

거가대교는 세계 교량 건설의 기록을 여러개 갈아 치웠다. 침매터널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심,세계 최장(最長) 함체 등 5가지의 세계 기록을 세웠다. 또 함체 연결 시 공기 주입,침매함체 구간 자갈 포설(鋪設) 장비 등 세 가지의 국제특허도 획득했다. 하나의 교량에 주탑 2개짜리 사장교와 주탑 3개짜리 사장교가 동시에 들어서는 것도 국내 첫 시도였다. 이 터널은 자동차 운전자가 운전에 방해를 받고 집 안의 무거운 가구가 뒤집히는 수준인 리히터 6.0의 지진도 견딜 수 있게 설계,제작됐다.

올 연말 거가대교가 완공되면 부산에서 거제까지의 거리가 140㎞에서 60㎞로 가까워진다. 시간으로는 2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줄어든다. 대우건설은 거가대교 공사 경험을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이제 유럽과 일본 등 해저터널 분야의 선진 업체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토목기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자평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