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2005년 말 우리나라에 퇴직연금제도가 첫 도입된 이후 1년간의 사업 준비기간을 거쳐 2006년 11월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40여개에 불과한 영업망 열세와 취약한 개인금융에도 불구,기업금융에 정통한 50여년간의 장기 자산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퇴직연금 적립액이 2007년 말 550억원에서 2008년 2131억원,2009년 5542억원으로 급증했다. 2009년 말 기준 53개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8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산은에서 연금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연금사업실은 보험계리사,해외 경영학석사(MBA),재무위험관리사(FRM),국제재무설계사(CFP) 등 전체 인원의 60%가 넘는 퇴직연금 전문 인력들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퇴직급여채무 보고서 작성,퇴직연금 도입 관련 이슈 분석 및 제도 설계,퇴직연금 적립금 운용방법 수립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연금사업자 최초로 사용자 중심 자산운용 컨설팅시스템과 가입자 상담창구인 퇴직연금 전용콜센터,편리한 가입자교육시스템,IFRS 기반의 퇴직연금계리시스템 구축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인적 · 물적 인프라를 갖췄다. 이에 따라 다양한 기업고객 수요에 맞는 자산배분과 운용,퇴직급여 회계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고객 지향적 조직 운영에서도 연금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산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작년 12월 퇴직연금연구소와 퇴직연금 전용콜센터를 설치했다. 올 1월에는 투자전략팀을 신설함으로써 퇴직연금 가입자뿐 아니라 잠재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 매거진인 '펜션 가디언(Pension Guardian)'을 정기 발간하는 등 고객 친화적인 영업 전략을 펴고 있다.

개방형 상품 제공 방식을 지양하고 엄선된 상품만으로 이뤄진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line-up)도 산은만의 강점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수익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상품 선정은 상품선정위원회의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현재 16개 기관,36개의 우수한 상품을 골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재의 퇴직연금사업자 간 상품에는 별다른 차별성이 없지만 올해 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과 함께 정기예금 · 이율보증형상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서 실적배당상품 중심으로 상품 운용이 바뀌게 되면 이 같은 산은의 자산운용 역량이 크게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고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험과 파생금융상품 등의 개발 및 운용노하우를 활용,다른 사업자보다 더 다양하고 적합한 운용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다 그룹 계열사인 대우증권,KDB생명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한 상품 개발 및 올해 말로 예정된 개인대출 등 개인금융서비스 확대 시행 등이 더해지면 퇴직연금 분야에서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은 노후보장 강화라는 국가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전면 도입된 기업형 연금제도로 기업금융 전문은행인 산은에는 거래기업에 대한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 부문이다.

산은은 1989년 신탁업무 취급 이후 신탁시장의 발전을 선도한 축적된 경험과 특히 퇴직신탁분야 은행권 1위의 자산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연금상품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미 국내 금융권 최고 수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16.37% · 2009년 말 기준) 등으로 우수한 해외신용평가등급(무디스 A1등급 · S&P A등급 · 피치 A+등급)을 부여받아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