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왕복선 인데버호는 1994년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 해상에 정체 모를 해저연결 구조물을 발견하고 정밀 촬영한 후 '아담의 다리'로 명명했다. 그런데 1796년부터 150여년간 스리랑카를 식민지배한 영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아담의 다리는 1480년 발생한 강력한 폭풍으로 파괴됐다고 한다. 스리랑카를 둘러싼 인도양에 불어닥치는 돌풍이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은 이런 악천후 환경에서 스리랑카 역사상 최대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바로 콜롬보 컨테이너 항만을 조성하기 위한 길이 6㎞의 방파제를 쌓는 공사다.

2008년 3억9000만달러에 수주, 공사 2년째인 올 3월까지 1차로 주방파제 2㎞를 만들어 바다를 막았다.

내년 3월까지 4㎞가량을 더 쌓으면 대규모 컨테이너 부두를 조성할 수 있다. 48개월에 6㎞를 축조했다면 산술적으로 1년에 1.5㎞ 길이의 바다를 메우는 매우 더딘 속도다.

김형 현대건설 콜롬보항만공사 현장소장(상무)은 "몬순 때는 사실상 공사를 하지 못해 1년 중 공사일수는 77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방파제 안쪽 바다의 모래를 준설해 이를 다시 방파제 주변을 메우는 방식으로 하루 평균 10m 정도 방파제를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중고 벌크선을 바다 아래 모래를 퍼내 덤프트럭 1000대분인 7000㎥의 모래를 1시간 만에 펌프로 뿜어내는 준설선으로 자체 개조해 현장에 투입했다.

또 방파제 축조에 쓰이는 적당한 크기의 돌을 마련하기 위해 스리랑카 석산 3곳을 개발하기도 했다.

공사는 더디지만 스리랑카 국민들이 방파제 축조에 거는 기대는 크다. 지난 15일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 재선기념 취임식 직후에는 행사에 참석했던 2000여명이 단체로 현장을 찾았다.

현대건설은 방파제 공사에 이어 9.7㎞의 해저 송유관로 이설 작업 및 주변 도로포장 공사를 2012년 4월까지 끝낼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콜롬보항은 인도와 세계를 잇는 허브항으로 앞으로 많은 일감이 남아 있다"며 "이번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내 스리랑카 토목공사 시장진출 확대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콜롬보(스리랑카)=김호영 한경닷컴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