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3년간 미국 국무부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70개 해외 공관과 주고받은 외교 전문 (電文)25만여건을 지난 28일 공개했다.

미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 서방 주요 매체들에 제공된 외교 전문에 따르면 미 정부는 북한이 이란에 신형 미사일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판단,중국에 북한 무기의 이란행을 저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디언은 "베이징을 경유해 이란으로 갈 예정이던 북한 미사일 부품과 관련된 상세한 기밀자료를 미 국무부가 중국 정부에 넘겨줬다"며 "미국은 '북한과 이란 간 미사일 기술 교류가 중국 영토에서 시도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한 뒤 중국 측의 실질적인 대응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 · 미 당국자들이 북한이 붕괴될 때에 대비, 통일 한국에 관한 전망을 협의해 온 사실도 공개됐다. 지난 2월 주한 미국대사관은 본국 정부에 보낸 문건을 통해 북한 정권이 경제난과 정치적 불안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은 북한 정권 붕괴 시 중국에 통일한국 수용 조건으로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외교관들은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김정일을 '무기력한 늙은이(flabby old chap)'로 묘사했다.

또 미 외교 전문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유엔 핵심 관계자들의 인적사항은 물론 신용카드 번호，이메일 주소，전화 및 팩스 번호，자주 사용하는 항공편을 비롯해 각종 생체정보를 수집하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히틀러'로，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알파독(무리 가운데 가장 지배적인 남성)'으로 지칭하는 등 각국 지도자들을 비하하는 논평도 들어 있었다.

미 국방부는 위키리크스의 문서 공개를 무분별한 행동이라고 비난한 뒤 국방부 전산망의 보안 강화 조치에 착수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