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가 아시아 재보험 시장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금융감독원(MAS) 결산 실적 기준으로 6472만 싱가포르달러(56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4년 새 3배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872만싱가포르달러(76억원)로 2005년에 비해 8배가량 증가했다.

중국 인도 등의 경제 발전에 힘입어 동남아지역 재보험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싱가포르에서는 세계 유수 재보험사들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싱가포르가 동남아지역 재보험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재보험 관련 물건과 정보 인맥이 모이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싱가포르가 갖고 있는 고유한 강점이 작용한 결과다.

싱가포르는 100년 이상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탓에 영국식의 법과 제도가 잘 확립돼 있다. 금융 감독체계도 어느 동남아 국가들보다 투명하고 공정하다.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싱가포르 정부는 금융시장 키우기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낮추고 보험 관련 규제도 거의 없앴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역외보험,다시 말해 싱가포르 이외의 기업이 싱가포르에서 체결하는 보험계약을 대규모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 싱가포르 재보험 시장 규모는 모두 29억6000만싱가포르달러(미화 22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이 중 역외보험이 26억8000만싱가포르달러로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역외 재보험시장 규모도 2005년 18억7000만싱가포르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6억8000만싱가포르달러로 44% 커졌다.

코리안리는 1975년 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싱가포르 시장에 뛰어들었다.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외환위기 당시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회사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박종원 사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주문했다. 세계적인 재보험사들에 비하면 무명에 가까운 코리안리였지만 특유의 스피드 경영을 통해 서서히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진 쓰나미 등 대형 재해가 일어났을 때 해외 재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은 보통 1년 이상 걸리지만 코리안리는 한 달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했다. 또 에너지 선박 자연재해 등 분야별로 전문가를 양성하고 현지 사정에 밝은 해외 전문가를 각 지역에 전진 배치했다.

이영배 싱가포르 지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재보험 시장에서 매출 기준 13위를 차지했지만 수년 내 10위 안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싱가포르에서 전체 해외 보험료 수입의 3분의 1을 거둬들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