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매물이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빠른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호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벗어나는 듯하던 증시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또다시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 증시를 평가할 때 늘 저변에 깔려 있는 악재여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게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평가다. 복잡한 국제 정세가 얽혀 있어 당분간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내년 증시를 낙관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매물에 '흔들'

코스피지수는 29일 0.33%(6.26포인트) 하락한 1895.54로 거래를 마쳤다. 막판 기관의 저가 매수로 낙폭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커져 한때 1880선까지 밀려나는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 1614억원어치를 내다 팔았고 기관은 455억원,개인은 369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북한의 기습 포격이 있었던 지난 23일 18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후 4거래일 동안 2270억원을 순매도했다. 매수세를 유지하던 채권시장에서도 25일 이후 2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다 이날 소폭 순매수했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남북한 이슈가 외국인에 새로운 변수는 아니지만 미 · 중 간 정치적 힘겨루기로 번질 조짐을 보여 이머징 자산에 대한 회피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2배로 아시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이미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할인 요인이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대외 변수들이 불안해 일단 피해있자는 것이지 본격 이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마찰 우려가 외국인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장중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럽 신용불안 우려가 커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외국인의 위험 회피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뿐 아니라 이머징 증시 전반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는 설명이다.

◆내년 증시 전망은 '장밋빛'

한반도 리스크가 치명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당분간 외국인의 경계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지원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양측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북한의 돌발 행동이 정권 세습 등 내부 정치 이슈와 연관돼 있느냐 여부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도 "북한이 단기간 내 침묵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전무는 "북한 이슈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며 "내년 증시에 대비해 조정이 오면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맥쿼리증권은 내년 코스피지수 고점을 2300으로 제시했다.

UBS증권은 경기선행지수가 이미 반등하기 시작했고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지수 고점을 외국계 증권사 중 가장 높은 2500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2300)와 씨티그룹(2300) 메릴린치(2200)도 내년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분석부장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만기 한 달 이내인 초단기 채권"이라며 "투자 규모가 큰 만기 2~3년짜리 채권을 팔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내년 국내 경기나 외환시장 흐름을 좋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