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이 꽃게잡이를 나갈 수 있는 올해 마지막 날이에요. 여기 이렇게 앉아 있을 때가 아닌데…."

연평도에서 꽃게잡이 어선을 운영하는 이태신씨(69)는 "북한의 포격으로 꽃게잡이 막바지 철을 1주일이나 허탕치는 바람에 손해가 막심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29일 만난 그는 "찜질방에 있자니 하도 답답해 바닷바람이라도 쐬러 나왔다"며 연평도쪽 바다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들이 대거 뭍으로 빠져나온 연평도의 올해 꽃게잡이가 30일로 끝난다. 법으로 정해진 하반기 어로 시한이 이날 종료되기 때문이다. 낚싯배와 관광객들이 한창 몰려들 시기임에도 백령도 등 서해5도 주민들 역시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관광객이 뚝 끊겨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꽃게잡이 틀이라도 걷어야 하는데"

연평도의 꽃게잡이는 섬에 사는 1600여명(소연평도 포함) 주민 생계의 90% 안팎을 책임지는 수단이다. 그것도 상반기(4월1일~6월30일)와 하반기(9월1일~11월30일) 6개월만 어장이 열린다. 나머지 기간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금어기로 꽃게잡이가 금지된다.

올해 연평도 주민들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잡을 수 있는 꽃게 양은 모두 3000t.하지만 올 들어 2400t밖에 잡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포격으로 지난 23일부터는 아예 배를 띄우지 못한 상태다.

이씨는 "작년에는 꽃게잡이로 6억원을 벌었는데 올해는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한숨지었다.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들의 상황은 이씨와 대부분 엇비슷하다. 어획량 자체가 작년보다 17%나 감소한 데다 가격은 작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연평도에서 꽃게잡이에 나선 어선 46척이 올 들어 벌어들인 수입(매출기준)은 122억원에 불과해 작년(213억원)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57%)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 등으로 꽃게 품질이 작년보다 좋지 않아 제값을 못받은 터에 '북한의 도발'로 그나마 할당량도 채우지 못했다. 최모씨(58)는 "하나에 1200만원 정도 드는 꽃게잡이 틀 20개를 설치했는데 하나도 건지지 못한 채 급하게 나왔다"며 "꽃게는 그만두더라도 바닷속에 오래 있으면 못쓰게 되는 어구(틀)라도 건졌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섬을 급히 빠져나오는 바람에 보관창고에 임시로 두고 온 꽃게의 품질까지 나빠질 수밖에 없어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영순씨(60)는 "급랭고에 보관한 꽃게를 제외하고 상온(25도)에서 임시보관할 경우 하루 이틀만 지나면 제값을 받지 못한다"며 "포격으로 냉동고가 파괴됐거나 전기가 나간 집들도 많아 어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박모씨(55)는 "냉동고에 있는 꽃게만 해도 4억원어치는 되는데,포격으로 파괴되는 바람에 하나도 못건지게 생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해5도 관광객 끊겨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5도의 낚싯배 관광,민박 · 숙박업,음식점 등 관련 산업도 덩달아 타격을 받고 있다.

연평도에서 숙박 · 음식업을 하는 송계준씨는 "한창 관광객이 많이 몰릴 때여서 1주일 전까지만 해도 하루 100만원 정도 벌었다"며 "적금도 넣어야 하고 겨울도 나야 하는 데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천 연안부두의 옹진수협 위판장도 연평도 사태로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백령도나 대청도 등 다른 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꽃게잡이나 농사 등 가을걷이는 사실상 마무리돼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관광 · 숙박 등 서비스업은 손님이 끊겨 피해가 커지고 있다. 백령도의 경우 500여명의 주민 가운데 농민이 50%,어민 20%,관광 등 서비스업 종사자가 30% 수준이다. 김정섭 백령면장(53)은 "통상 요즘 같은 초겨울에 하루 100여명 안팎의 관광객이 백령도를 찾았는데 북한 포격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며 "꽃게잡이와 농사철이 지나 농 · 어민들의 피해가 별로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임현우/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