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MOU' 맺었지만…최종 인수자는 여전히 불투명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29일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현대건설 주인 찾기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룹이 5영업일 내 대출서류를 내지 않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채권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증빙 서류 제출을 거부해 온 현대그룹이 시한까지 서류를 낼 수 있을지,또 시일 내 서류를 낸다 하더라도 하자가 없는 것일지는 미지수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MOU에 5영업일 내와 추가 5영업일 내에 대출계약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 MOU' 맺었지만…최종 인수자는 여전히 불투명
◆유재한 사장"현대그룹 자금 의문"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이 MOU를 맺은 뒤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현대그룹이 1조2000억원의 자금 출처에 대한 증빙서류를 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채권단 내부에서도 이견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돼서다. 외환은행은 이날 다른 채권은행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했다.

유 사장은 "MOU 체결과 관련해 채권단 운영위원회 안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현대그룹이 자금 출처에 대해 증빙하지 못하면 우선협상자 자격을 박탈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다음 달 6일까지 대출계약서 등 자금 출처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내야 하고,이 내용이 미흡하면 같은 달 13일까지 한 차례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증빙 자료엔 △자금조달 과정에 불법성이 없었는지 △대출 과정에서 현대건설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 유 사장은 "현대그룹이 제출한 증빙 자료가 충분한지 여부를 채권단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우리은행 등 3곳 중 2곳 이상이 찬성하면 MOU 해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MOU 체결 이전에 외환은행으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대출계약서를 확인하기 전까지 현대그룹과 MOU를 맺으면 안된다는 입장을 전하려고 했는데 외환은행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외환은행은 다른 채권은행들로부터 MOU 체결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입찰 규정에 없던 대출계약서 제출 등을 요구하며 MOU 체결을 미뤄선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1월로 예정된 주식매매계약(SPA) 때는 규정대로 채권단 80%의 동의를 얻겠다"고 말했다.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현대차

현대건설 인수전과 관련,공식 대응을 자제해 온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했다. 현대차 측은 "현대그룹이 근거 없는 음해성 광고로 작고하신 선대 회장까지 여론 몰이의 일환으로 삼는 비윤리적인 행태를 자행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자금 출처 자료를 현대그룹이 내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의 의혹이 진실임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이번 MOU는 현대그룹에 부당한 특혜를 주는 것인 만큼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독자적으로 현대그룹과 MOU를 맺은 외환은행에 대해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이 채권단 의사를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현대그룹과 MOU를 맺은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채권단 동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MOU의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제에 채권단은 현대건설 매각의 주관기관 변경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외환은행 책임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1월로 예정된 SPA를 막을 수 있도록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그룹 "제출시한 MOU에 명시 안돼"

현대그룹은 외환은행과의 MOU 체결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현대그룹 측은 "법과 입찰 규정에 명시된 모든 자료와 채권단이 요청한 소명 작업을 마쳤기 때문에 MOU는 올바르고 공정한 결과"라며 "자금조달 증빙과 관련해선 MOU에 근거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 해명 및 증빙 서류 제출 요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의 'MOU 해지 조항' 발언에 대해선 강하게 부정했다. 그룹 관계자는 "MOU에 5영업일 내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MOU 자체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재길/장창민/이태훈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