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복잡성 관리가 점차 도전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니스가 글로벌화하면서 고객과 시장의 폭이 넓어지고 공급망이 확대되는 동시에 상품의 개별 맞춤화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얻게 됐지만,기업의 생산계획,재고관리 등의 복잡성은 심화됐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향상처럼 추가 매출로 이어지는 복잡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그로부터 창출되는 추가매출과 가치가 소요비용보다 작다면 결국 수익을 잠식하게 된다.

상품과 고객 포트폴리오,제조 운영,공급망 등에서 불필요한 복잡성을 제거하면 효과적으로 마진과 효율을 높이고 수익성 없는 사업을 정리하며 핵심 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 또 기존 기업 자산과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직 곳곳에 숨겨져 있는 기업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 전략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 · 가치 매트릭스를 근거로 상품들을 나눠볼 수 있다. 가치창출 및 경쟁우위,직접비용과 판매 및 일반관리비를 차감한 뒤의 영업이익이라는 두 가지를 기준으로 상품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해보면 상품들은 크게 네 가지 군으로 구분된다.

우선 '단계적 제거 상품군'은 수익과 경쟁우위가 모두 낮은 상품들이다. 이는 현금을 낭비하는 덫이 될 수 있으므로 비용 절감과 경제성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유지 상품군'으로 수익은 높지만 경쟁우위가 낮은 상품들이다. 이들 상품에 대해서는 고객가치를 차별화하고 강화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현금 투입을 최적화해 현재의 입지를 유지한다. 수익은 낮지만 경쟁우위가 높은 '간소화 상품군'은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거나 비용이 너무 높은 경우가 많으므로 가격 인상과 상품 복잡성을 줄이는 일을 병행한다. 수익과 경쟁우위가 모두 높은 '지속발전 상품군'은 계속해서 키워주고 그 가치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으로까지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복잡성이 발생하는 부분을 찾고 이를 표면화해야 한다.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시화해야 한다.

셋째,80 대 20의 법칙을 적용한다. 고객이나 상품의 20%가 매출의 80%를 창출한다는 80 대 20의 법칙이 많은 기업에서 통용되고 있는데,이 법칙을 복잡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어떤 고객과 상품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지 분석하고,어떤 자원과 자산이 이 상품에 투입되는지 분석한다. 매출의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상품과 고객에 대해서도 똑같은 분석을 해 보면 아마도 매출 기여도가 낮은 부문에 기여도 이상으로 많은 자원이 소진되고 있는 현실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상품의 특징이나 기능의 다양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성을 표준화한다. 자동차 업체들이 이 전략을 마스터한 사례다. 고객에게 차량 모델,엔진 종류와 배기량, 오디오 시스템, 좌석시트에 이르는 수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이것이 꼭 필요했을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고객이 선호하는 기능을 표준화된 패키지로 묶어 제조를 간소화하고 마진은 개선했다.

일시적으로만 복잡성 해결에 힘을 쏟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복잡성이 심화될 가능성은 상존하기 때문에 복잡성 해결은 반복적으로 진행해야 할 과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원석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