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올해 트리즈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자 생산성 개선효과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올 들어 특허출원 건수가 지난해(53건)의 2.4배인 123건으로 늘어났습니다. "

김세현 포스코 생산성연구센터장(상무)은 올해 포스코가 트리즈를 전사적으로 확대한 이후 거둔 성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포스코는 올해 새로운 그룹 비전으로 '포스코 3.0'을 선언하면서 트리즈 기법을 핵심적인 혁신 도구로 채택했다. 정준양 회장은 "트리즈는 포스코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창조적 혁신을 가능케하는 유용한 도구"라며 그룹 차원의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김 센터장을 스카우트했다. 포스코가 외부에서 임원을 수혈한 것은 1968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가치혁신프로그램센터(VIP센터)'에서 오랫동안 혁신업무를 담당했다. 삼성그룹에서 트리즈 도입과 적용을 이끌기도 했다.

포스코는 지난 2월 트리즈 교육과 확산을 전담할 기관으로 미래창조아카데미 소속 '포스코 트리즈 대학'을 열었다. 트리즈 대학의 교육과정은 일반 트리즈 사용자를 위한 '레벨 1'부터 과제 수행자를 대상으로 한 '레벨 2'와 전문가 양성 코스인 '레벨 3'까지 3단계 다섯 가지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김 센터장은 "지금까지 트리즈 대학을 거쳐간 포스코 임직원은 전체의 10%인 18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사내 트리즈 연구회를 지원해 직원들의 학습을 유도하는 한편 그룹 규모의 트리즈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 8월에는 강영주 생산성연구센터 부관리직이 비(非)러시아계로는 처음으로 '트리즈 마스터(레벨 5)'자격을 취득했다.

김 센터장은 "포스코가 트리즈 기법을 적용해 얻은 경제적 효과는 올해 1600억원으로 지난해 657억원보다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성과로 광석 저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료 손실 감축을 꼽았다. 제철소는 철광석을 일정한 덩어리 형태로 구워 만든 중간 원료인 소결광을 임시 저장소인 사일로에 보관한다. 문제는 25m 높이의 사일로에 소결광을 떨어뜨릴 때의 충격으로 30%가량이 잘게 부서지는 것이다.

생산성연구센터는 올해 초 트리즈를 활용해 이를 해결했다. 모두 16개의 사일로 사이를 막고 있는 격판에 구멍을 뚫어 특정 사일로에 소결광을 쌓으면 옆 사일로로 옮겨가도록 했다. 원료를 투하하는 높이가 줄면서 손실률이 30%에서 10%로 줄었다. 포스코는 이 아이디어 하나로 연간 63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트리즈 적용을 강화해나가기 위해 전통적인 공학 ·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전략 등 경영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임원들을 대상으로한 트리즈 교육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적용 사례를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또 그룹 내 관계사들을 상대로 트리즈를 확대하기 위해 트리즈 임원 협의회를 구성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