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제작한 준설선 등 투입해 6km 방파제 쌓아
힌두 전설에 따르면 인도 본토와 스리랑카를 연결하는 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인도 남동부 팜반(Pamban)섬과 스리랑카 북서부 마나르(Mannar)섬 사이의 45km를 산호초 모래 바위로 이어놓은 다리다. 무려 175만년전인 선사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전설 속 라마의 다리(Rama's bridge)다.
미국 우주왕복선 인데버호는 1994년 4월9일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 해상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저 연결선을 발견하고 정밀 촬영결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거대한 다리라고 밝혀냈다. 그리고 아담의 다리(Adam's bridge)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1796년부터 약 150년간 스리랑카를 식민지배한 영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인도와 스리랑카를 연결하는 ‘천연 둑길’은 1480년 발생한 강력한 폭풍으로 파괴됐다고 한다. 지금은 해수면 위로 몇몇 석회암떼만 남아 있을 뿐이다.
아담의 다리가 인공 구조물이든 자연구조물이든 지금의 결과는 폭풍으로 파괴됐다는 것이다. 그만큼 스리랑카를 둘러싼 인도양에 불어 닥치는 비와 돌풍은 많고 거세기로 악명 높다.
스리랑카의 행정수도인 콜롬보를 포함한 남서부에는 연평균 2,500~5,000mm의 비가 쏟아 붓는다. 한국의 연평균 강우량인 1,200mm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양이다.
돌풍도 자주 발생한다. 동아시아의 태풍, 미국 남부의 허리케인, 호주의 윌리윌리와 같은 열대 이동성 저기압인 싸이클론의 발생지는 스리랑카 인근의 인도양이다. 싸이클론은 건설 기중기를 쓰러뜨릴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
현대건설은 이런 악천후 환경에서 스리랑카 역사상 최대공사를 진행 중이다. 바로 콜롬보 컨테이너 항만을 조성하기 위한 길이 6km의 방파제를 쌓는 공사다. 지난 2008년 3억9천만달러에 수주해 공사 2년째인 올 3월까지 1차로 주방파제 2km를 쌓아 바다를 막고 있다.
내년 3월까지 나머지 약 4km를 쌓으면 거대한 항만이 생기는 셈이다. 그렇지만 48개월에 6km의 방파제 축조라면 산술적으로 1년에 겨우 1.5km 길이의 바다를 메우는 매우 더딘 속도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의 콜롬보 항만공사 현장소장인 김형 상무는 “몬순 때는 사실상 공사를 하지 못해 1년 중 공사일수는 77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심 14m의 얕은 콜롬보 앞바다를 18m로 준설해 이를 방파제 주변을 메우는 상당히 난이도 높은 공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중고 벌크선을 개조해 바다 아래 모래를 준설해 덤프트럭 1,000대분인 7,000㎥의 모래를 1시간 만에 펌프로 뿜어내는 준설선을 자체 제작해 현장에 투입해놓고 있다.
공사는 더디지만 스리랑카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 요지인 콜롬보에 대규모 컨테이너 부두가 건설되면 경제발전에 큰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양을 지나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인도보다 거리상 가까운 콜롬보에 화물을 내려놓고 이를 작은 배로 환적(換積)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콜롬보 항만의 대대적인 확장공사를 결정했고 현대건설은 공사에 참여중이다.
콜롬보 항만공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공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는 현장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15일 스리랑카 마힌다 라자팍사(Mahinda Rajapaksa) 대통령 재선기념 취임식 직후에는 취임식에 참석했던 축하인사 2,000여명이 현장을 다녀가기도 했다고 한다.
현대건설은 콜롬보 항만 방파제 공사를 비롯해 9.7km의 해저 송유관로 이설 작업 및 주변 도로포장 공사를 2012년 4월까지 끝낼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콜롬보항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허브항으로 발돋음할 예정이어서 일감이 많이 생길 것”이라며 “이번 공사를 계기로 스리랑카 토목시장 확대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콜롬보(스리랑카)=한경닷컴 김호영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