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넓게 쓸 수 있어 준공 전 통째 임대계약도
싱가포르는 도시 국가다. 국토 면적(692.7㎢)도 남한(221,336㎢)의 3분1의 크기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바다를 매립하는 방법으로 좁은 국토를 넓혀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남부 해안에 접한 마리나 베이(Marina Bay)도 바다를 매립해 조성된 인공도시다. 1970년대부터 바다와 연결된 남동쪽의 수문과 수로를 제외하고 바다를 매립해 인공만(灣)으로 이뤄진 게 마리나 베이다.
마리나 베이 둘레는 3.5km쯤으로 제법 크다. 싱가포르 정부는 도시개발청(Urban Redevelopment Agency)를 앞세워 마리나 베이 개발을 주도해왔다. 개발 주제는 ‘3E’로 압축된다.
‘3E'는 탐험(Explore), 교환(Exchange), 오락(Entertain)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로 이 주제에 맞춰 마리나 베이 주변 개발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마리나 베이 서쪽의 탐험구역은 주거지역이다.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바다를 향해가는 돛대 모양의 ‘더 세일 @ 마리나 베이’가 대표적인 건물이다.
북쪽의 교환구역은 금융특구로 개발 중이다. 계획된 업무용 빌딩의 연면적은 총 282만㎡로 홍콩 중심상업지역의 빌딩 연면적과 맞먹는다. 싱가포르는 이곳을 아시아 금융허브 조성을 목표로 대부분 개발을 끝냈다.
마리나 베이 동쪽의 오락구역은 가장 먼저 개발된 곳이다. 쇼핑 센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에스플란데(Esplande) 선텍시티 래플즈쇼핑센터가 대표적이다. 쌍용건설이 올해 준공한 마리나 샌즈 호텔도 오락구역에 포함되지만 위치는 마리나 베이 남쪽이다.
현대건설은 마리나 베이에서 선텍시티를 준공한데 이어 금융특구에 43층짜리 업무용 빌딩을 짓고 있다. ‘아시아 스퀘어 타워(AST)1’이란 이름의 이 업무용 빌딩은 지난해 1월 공사에 들어가 내년 6월말 준공 목표다.
AST1의 위치는 마리나 베이에서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 형상을 한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Merlion) 동상 근처의 플러톤(Fullerton)호텔 바로 뒤쪽이다. 빌딩 연면적은 143,418㎡이며 대로와 접해 있다.
AST1 빌딩의 특징은 건물 실내에 기둥을 두지 않는 이른바 무주(無柱)공법으로 짓고 있다는 것이다. 실내 중간 중간에 기둥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AST1 현장소장인 현대건설 최원호 상무는 “바로 근처에서 일본 건설업체도 업무용 빌딩을 짓고 있지만 무주공법 때문에 빌딩임대 문의는 AST로 몰리는 편”이라며 “홍콩 금융회사는 이미 6개층을 통째 임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AST1 빌딩과 맞닿은 부지에서 발주예정인 AST2 빌딩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두 빌딩이 들어서면 마리나 베이에 현대건설이 지은 또 하나의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서는 셈이다.
싱가포르=한경닷컴 김호영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