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임원 A씨는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가축 관련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다른 투자자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관련 종목 주가가 급락하면 무조건 주식을 사모으는 것이다. 이르면 다음 날,길어도 2~3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주가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A씨는 "나쁜 뉴스로 닭이나 돼지를 잠깐은 멀리 하더라도 오랫동안 안 먹을 수는 없지 않냐"며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는 나만의 투자 비법"이라고 귀띔했다.

올 들어 닭고기와 돼지고기,수산업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회복과 맞물려 소비가 늘어난 데다 애그플레이션(곡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여파로 가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IMF에 따르면 작년 10월 파운드당 50센트였던 돼지고기 국제 시세는 올 10월 71센트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닭고기 가격도 82센트에서 86센트로 상승했다. ㎏당 4.81달러였던 생선 가격은 6.21달러로 치솟았다.

육류 및 어류의 국내 생산 · 가공업체 주가 상승세도 뚜렷하다. 올초 3만2250원에 머물렀던 돼지고기 가공 · 유통업체 선진은 30일 5만1400원으로 연초 대비 59.37% 상승했다. 닭고기업체 하림이 45.39%,원양수산업체 사조산업은 40.32% 올랐다.

단기 악재로 급락한 주가가 복원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지난 29일 경북 안동의 돼지 구제역 발생 소식으로 3.24% 하락했던 선진은 30일 바로 1.18% 반등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육류와 수산업 가공주는 원재료를 생산 · 조달해 1차 가공만 한 뒤 판다는 점에서 금속 · 원유 등을 다루는 상품주에 가깝다"며 "식품주지만 정부의 가격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다른 자원주와 달리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주가 전망도 낙관적이다. 이정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육류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대형 유통사들의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하림 등의 수익 전망은 내년 이후에도 밝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