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을 저지하고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 "vs "4대강 사업 예산을 줄여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 "

이 상반된 주장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북한의 연평도 해안포 공격을 전후로 한 말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0월27일 국회 원내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정부의 4대강 사업비 22조2000억원 중 약 8조6000억원을 절감해 이 재원을 무상급식,의무교육,지방재정 지원 등의 민생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28일에는 "북한이 대포를 쏴 국민이 죽어가는 판에 여전히 4대강 하자고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그 예산을 줄여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국가 예산을 아이들 용돈 쓰듯 용도를 바꿔도 된다는 이야기냐"며 꼬집었다. 비단 민주당과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는 한나라당 측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민주당의 4대강 관련 발언이 상황에 따라 조변석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야당 입장에서야 당연히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 근거가 너무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스스로 논리적인 기반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서민복지 예산을 좀먹는다는 논리에서 갑자기 국방예산 부족으로 넘어간 것을 비판한 것이다.

사실 예산문제,특히 4대강 예산을 당리당략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옹졸하고 궁색해보인다. 야당이 정부 여당을 견제 · 비판하는 게 본업이라는 점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복지예산 확충을 주장하다 국방예산을 증액하자고 주장하는 건 너무나 즉흥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만에 하나 연평도 사태를 뛰어넘는 정쟁 소재라도 생긴다면 그땐 또다시 입장을 바꿀 것인가.

국방 예산 증액문제는 안보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민 · 군 · 관 · 정을 아우르는 대응과 범 국민적 단결이 우선이다. 정치권은 대북규탄 결의문을 채택하고 초당적 대처를 약속했다. 여야가 약속을 지키는 길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의 미래관점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처리하는 것이다.

박신영 정치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