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에 대해 정부와 각계 전문가들이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10월 산업생산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계절적이고 일시적인 요인이 겹친 것일 뿐 경기 확장세는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지금의 둔화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물가상승 속에 경기마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 자동차 생산,정상과정 찾는 중

기획재정부는 30일 배포한 자료에서 "광공업 생산 및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감소했지만 이는 그간 빠르게 증가했던 반도체 및 자동차 생산이 차츰 정상 흐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나타난 경기지표 부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생긴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동반 하락에 대해서도 재정부는 '경기 하강 신호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과거 경기 확장기에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이상 연속 하락한 적이 있어 동행지수 하락이 계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10월까지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10개월 연속,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런 전망을 근거로 정부는 내년도 한국 경제가 5% 내외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 재고조정 돌입

걱정스러운 대목은 미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해외 수요가 중요한 변수"라며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상황에 따라 경기 회복세 지속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임원(상무)은 "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하락세로 봐서는 경기 둔화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이 재고를 줄인 점도 주목된다. 10월 수출이 441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였음에도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4.2% 감소한 것은 기업들이 재고로 판매 물량을 충당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재고 감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된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3.0±1%)의 상단을 넘어선 반면 경제연구기관들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4%대 초반으로 올해보다 2%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