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톈안먼 트라우마'…물가급등→사회불안 재연되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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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물가 감찰반 파견, 저소득층 달래기 보조금 확대…인플레이션 억제 올인
중국 증시의 급락세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가 급격한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인민일보는 최근 "인플레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라며 "인민은행이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가 경기 둔화와 증시에 미칠 부작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을 유지하면서 인플레를 억제하는 게 커다란 도전이 된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에 물가 감찰반을 보내고 가격조작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인플레 억제에 '올인'하는 배경엔 최근의 경제 및 사회 상황이 체제 위기를 몰고 왔던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전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18%가 넘는 물가상승률과 빈부격차 확대를 비롯 정치개혁 요구가 커진 것 등이 최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사재기에 가중처벌
인민일보는 30일 국무원(중앙정부)이 지난 주말부터 18개 성에 물가 안정 감찰반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 달간 진행될 이번 감찰에선 지방정부의 물가 안정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가격조작 행위 처벌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미 인플레를 잡지 못한 지방정부에 대해선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와 관련,29일 국무원 상무위원회에서는 가격담합과 조작 및 악의적 사재기 행위에 대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물가 급등에 따른 저소득층의 박탈감을 덜어주기 위해 보조금을 주는 지방정부도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시는 이달 말까지 저소득층 22만3000명에게 100위안씩 지급키로 했고,창춘시는 채소 도매상에게 매일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지난 20일 국무원이 16가지 항목을 내용으로 한 물가안정책을 발표한 이후 구체화되고 있는 조치들이다.
통화정책도 긴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마더룬 인민은행 부총재는 29일 물가와 유동성 그리고 경제성장 속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상황 변화에 맞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빈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내년 은행 신규 대출을 올해(7조5000억위안)보다 1조위안 줄어든 6조5000억위안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톈안먼 사태 상황과 유사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예상되는 3.3%의 물가상승률은 17~18%를 기록한 톈안먼 사태 때에 비해 크게 낮아 보이지만 최근 수년 새 두 배 이상 뛴 부동산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시보다 인플레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구이저우성 류판수이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음식 가격이 0.2~0.3위안 올랐다고 학생들이 유리창을 깨고 테이블을 뒤엎는 사건이 지난주 발생한 것은 인플레가 초래할 폭력시위를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시는 이후 대학에 가격 인상 금지령을 내렸다.
인플레뿐 아니라 최근 불거진 정치개혁 요구나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빈부격차 확대 역시 톈안먼 사태 전 민심이 공산당에 등을 돌린 배경이기도 하다. 신화통신은 최근 한 식품점에 들른 시민이 사과 가격이 ㎏당 4위안으로 두 달 전의 2배로 오른 것을 보고 생활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문제는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는 임금 인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임금 인상은 성장보다 분배에 무게중심을 두는 중국 경제의 노선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중국 정부가 분배를 위해 실시하는 임금 인상이 인플레를 심화해 되레 저소득층의 박탈감을 키울 수 있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