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의 은퇴 준비가 지난 3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40대의 은퇴 준비가 30대나 50대보다 훨씬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와 공동 발표한 '2010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를 조사 ·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 가계의 은퇴 직전 소득 대비 은퇴 후 소득 비율(소득대체율)은 42%로 3년 전인 2007년(41%)보다 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득대체율 42%는 근로자 가계의 은퇴 직전 소득 대비 은퇴 후 예상 생활비 비율을 나타내는 목표 소득대체율 62%보다 2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연간 은퇴 직전 소득이 7367만원인 2인 근로자 가계가 예상하는 은퇴 후 생활비가 연간 4598만원인 데 비해 은퇴소득은 3054만원에 그쳐 1544만원이 부족하다. 이는 투자자보호재단이 서울을 포함한 7대 광역시 3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의 중간 값이다.

목표 소득대체율과 실제 소득대체율 간 격차(은퇴준비 격차)는 지난 3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3년 전(21%포인트)보다 1%포인트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의 은퇴준비 격차가 22%포인트에 달해 30대(10%포인트)와 50대(11%포인트)의 2배에 달했다. 40대는 자녀 사교육비와 주택대출 상환 부담으로 은퇴 준비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연구를 담당한 최현자 서울대 교수는 "국내 경제지표에 비춰볼 때 지난 3년간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계 재정부담이 늘면서 은퇴 이후를 대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홍콩은 퇴직연금에 힘입어 목표와 실제 소득대체율 격차가 3년간 11%포인트 축소됐다.

한국 근로자 가계의 은퇴자금 충분도는 65%에 머물렀다. 은퇴자금 충분도란 은퇴 후 사망 시까지 희망하는 생활수준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총금액 대비 실제 은퇴 금융자산의 비율이다. 현 시점에서 2인 가계 기준 평균 5억1000만원이 필요한데 은퇴자산은 3억3600만원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정찬교 피델리티운용 마케팅부장은 "은퇴준비 개선 속도가 부진해 사적연금 등 개인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