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인수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MOU 원천 무효'라는 다른 채권단(정책금융공사, 우리금융 등)의 주장이 잇따르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다른 채권단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 MOU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에선 외환은행이 이렇게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출처(대출계약서 등)를 확인하지 않고 MOU를 맺은 것에 대해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졸속 심사''가 이뤄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선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론스타가 현대건설 매각이익을 통해 거액의 배당을 챙기려는 목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 매각이 원안대로 현대그룹에 매각되고, 대금지급도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1분기에 유입될 매각이익은 약 1조1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외환은행의 배당성향 50%를 감안할 때 내년 1분기 주당배당액은 836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현재 외환은행의 단독 MOU 체결을 비롯해 자금조달 과정에서 위법행위 등에 대한 우선협상자와 예비협상자, 채권단 사이에 소송이 벌어지고 파행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내년 1분기 안에 론스타가 배당을 받지 못하더라도 정황상 현대건설 매각을 통한 배당을 챙겨갈 수 있는 조치를 이미 취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현대건설 매각이익을 (외환은행을 인수하는)하나금융이 모두 가져갈 수 있다고 가정하면 론스타의 지분매각 금액은 분명 지금보다 더 비쌌을 것이란 얘기다. 또한 하나금융도 현대건설 매각이익을 통해 론스타 지분인수 금액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환은행의 배당정책은 아직까지 론스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외환은행은 은행주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4.7%, 4분기 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